“추운것 보다 차라리 교도소가 나아” 20대 사기녀 자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8일 11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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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동안 유흥업소 선수금사기..도망자 생활 지쳐 자수

"더 이상 쫓기기도 싫고 가난과 추위에 시달리는 것보다 차라리 교도소가 더 나을 것 같아 자수하기로 했어요."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인천지방경찰청 112에 한 젊은 여성으로부터 "예전 업주가 찾아와 나와 친구를 심하게 때리고 있다"는 신고 전화가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은 피해여성들과 업주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사실을 확인했다.

피해자인 이모(28·여)씨 등 2명이 유흥주점에 위장취업해 선수금만 받고 달아나는 수법으로 30여 번이나 사기를 쳐 수배 중이었던 것.

이 씨 등을 폭행한 유흥주점 업주 역시 몇 달 전 선수금을 받고 달아난 이들을 쫓아 울산에서 인천까지 왔다.

이들은 경찰조사에서 "폭행을 당하며 경찰에 신고할까 말까 고민했지만 더는 도망 다닐 곳도 없고 업주가 다른 곳에 팔아넘겨 버릴까 봐 걱정돼 신고했다"고 말했다.

오랜 도망생활로 초췌해진 이들은 "그동안의 생활에 대해 후회만 남는다"며 "교도소에 들어가 겨울 추위라도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건을 인계받은 전남 해남경찰서는 28일 전국을 무대로 유흥주점에 위장취업해선 수금만 챙기고 달아난 혐의(상습사기)로 이 씨 등 2명을 구속했다.

이 씨 등은 지난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전국의 다방이나 유흥주점 50여 곳에 취업해 선수금 2억 8000만 원을 가로채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업주들의 추적을 피하고자 취업 시 타인의 주민번호와 이름을 사칭하기도 했고 10여 개의 대포통장을 개설해 선수금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 등은 챙긴 돈 대부분을 모텔 숙박비와 유흥비, 업소 생활 과정에서 출산한 자녀의 양육비 등에 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자녀까지 있는 미혼 여성들이라 안타까운 점이 있지만 수년 동안 사기를 치고 징역까지 산 적이 있는데도 범행을 반복한 것은 중대한 범죄"라며 "뒤늦게라도 반성하고 자식에게 떳떳하게 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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