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도스 윗선없다” 손터는 警… “바닥부터 재수사” 팔걷는 檢

  • Array
  • 입력 2011년 12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 경찰 “선관위 홈피 공격 단독범행”… 검찰의 결론은

경찰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수행비서 공모 씨(27)가 “나경원 후보를 돕기 위해 혼자 일을 꾸몄다”고 자백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은 또 “공 씨와 범행을 상의한 국회의장 비서가 공 씨를 만나기 전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음식점에서 청와대 행정관을 만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선관위 공격이 단독 범행이라는 공 씨의 주장은 사건 배후를 보호하려는 ‘꼬리 자르기’란 의혹이 일고 있다. 검찰도 이 점을 감안해 대규모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9일 경찰에서 사건이 넘어오는 대로 재수사에 가까운 수준으로 이 사건을 재조사할 예정이다.

○ 공 씨, 공격 전 국회의장 비서와 상의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8일 공 씨가 고향 후배 강모 씨(25)에게 선관위에 대한 디도스 공격을 지시한 혐의를 시인했다고 밝혔다. 공 씨는 경찰 조사에서 “나 후보가 최 의원과 가까운 사이인 만큼 나 후보를 돕는 게 최 의원을 돕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며 “선관위가 마비되면 투표소를 찾기 힘들어지고, 그럼 젊은층 투표율이 떨어져 한나라당에 유리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공 씨는 또 선거 전날인 10월 25일 밤 박희태 국회의장 전 비서 김모 씨(30)와 한나라당 공성진 전 의원의 전 비서 박모 씨(35) 등 5명과 가진 술자리에서 범행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공 씨는 경찰 조사에서 “재·보선에 관한 얘기를 나누다 문득 선관위 홈페이지를 공격하면 투표율을 떨어뜨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강 씨가 도박사이트를 마비시킨 적이 있다고 자주 자랑해 그에게 일을 맡기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술자리에 동석한 김 씨와 박 씨가 공 씨의 범행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공 씨는 이날 오후 11시 40분경 강 씨에게 선관위와 박원순 후보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이 가능한지를 알아보라고 한 뒤 김 씨를 룸살롱 밖으로 불러내 “(선관위 홈페이지를) 때리삐까예(때려버릴까요)?”라고 물었다. 공 씨는 2시간 뒤인 26일 오전 1시 40분경 강 씨로부터 “(테스트 공격을 해보니) 된다”는 답이 오자 김 씨에게 “된다는데요”라며 공격 의사를 밝혔다. 김 씨는 조사에서 “공 씨를 만류했지만 소용없었다”며 “박 씨에게도 공 씨의 범행을 얘기해 줬다”고 진술했다.

김 씨와 박 씨가 공 씨와 술자리를 갖기 전 청와대 의전비서실 박모 행정관(3급)과 2시간 반가량 저녁식사를 한 사실도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 자리에는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의 비서 김모 씨(34)도 동석했다. 박 행정관과 정 의원 비서 김 씨는 공 씨와의 술자리에 가지 않았다. 7일 참고인 자격으로 경찰에 소환된 박 행정관은 “내가 왜 조사를 받아야 하느냐”며 조사를 거부했다. 그는 8일 경찰에 재소환되자 경위서로 대체하겠다며 수사에 협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과연 단독 범행일까


경찰은 공 씨의 자백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단독 범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공 씨가 누군가와 범행을 공모한 단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디도스 공격을 사전에 계획했다면 필요한 좀비PC의 규모를 확인하기 위해 공격 시연을 훨씬 일찍 해봤을 텐데 범행 직전인 26일 오전 1시경에야 시연해본 점도 우발적 범행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사건에 배후가 있다는 의혹은 여전히 가시지 않는다. 20대 국회의원 운전사가 이 같은 중대 범죄를 혼자 꾸밀 동기가 불투명한 데다 공 씨가 고향 친구들에게 “내가 한 일도 아닌데 나 혼자 뒤집어쓰게 생겼다”고 말한 적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지난달 30일 체포된 공 씨가 계속 혐의를 부인해 오다 별다른 물증이 안 나온 상태에서 갑자기 심경 변화를 일으킨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공 씨의 형은 8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동생과 하루 세 번씩 면회를 했는데 ‘내가 한 일이 전혀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며 “동생은 혼자 그런 일을 벌일 이유도 없고 그럴 성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9일 사건이 송치되는 대로 특별수사팀 구성을 마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수사팀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김봉석) 소속 인원 전원이 투입되고 대검찰청 사이버범죄수사단 인력까지 참여해 총 40여 명에 이른다. 검찰은 자백만으론 의미가 없으며 혐의를 뒷받침할 물증을 찾아내겠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재수사에 가깝게 면밀히 수사할 것”이라며 “제기된 모든 의혹을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