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경기 양평군의 한 연수원에서 열린 교통안전공단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정일영 이사장(가운데)이 임직원들에게 조직 혁신의 방향 및 배경 등을 설명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 제공
휴일이었던 4일 오후 경기 양평군 개군면의 한 연수원 회의실. 정일영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을 비롯해 공단 임원 및 간부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달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였다. 회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전날 정 이사장이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뼈아픈 반성이 없으면 안 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 설립 30년 만에 최대 위기
교통안전공단은 지난달 인사청탁 비리사건이 알려지면서 안팎으로 홍역을 치렀다. 전현직 노조위원장과 본부장급 고위 간부들이 승진 부탁을 들어주고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액수와 상관없이 이번 비리에 연루된 전현직 임직원은 40여 명에 이르렀다. 1981년 교통안전공단이 문을 연 이후 초유의 사건이다. 언론 및 상급기관의 비판과 질타가 쏟아졌다. 올 8월 취임해 수사과정을 지켜본 정 이사장에게도 수사 결과는 충격이었다.
지난달 20일 정 이사장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했다. 비대위 구성은 공단 창립 30년 만에 처음이다. 비대위는 인사비리 연루자 전원을 직위해제하고 중징계 방침을 세웠다. 징계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공단은 지난달 22일 현직에 있는 임직원 12명을 파면하고 9명을 해임 조치했다. 이어 인사 및 감사라인의 핵심 간부도 전면 교체하고 시스템도 바꿨다. 인사담당인 경영지원본부장의 권한을 축소하기 위해 인사위원회 참여를 최소화했다. 인사위에 참석해도 의결권을 배제하기로 했다.
인사와 관련해 금품이나 향응을 주고받은 사실이 적발되면 액수에 상관없이 즉시 퇴출시키는 원스트라이크아웃 제도도 도입했다. 돈이 오가지 않아도 인사 청탁이 확인되면 강등 징계 등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특히 노동조합의 인사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단체협약을 개정해, 노조의 인사개입을 금지했다. 청렴감찰팀도 새로 만들어 수시로 본사 및 지방조직을 순회하며 ‘암행감찰’을 실시하기로 했다. ○ 대대적인 조직 혁신
‘속전속결’ 징계에 이어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이뤄졌다. 공단은 5일자로 본사 조직 규모를 20% 축소했다. 기존 44개 부서를 35개로 줄인 것. 또 13개 지사를 6개 거점지역본부로 통폐합했다. 부서장의 86%도 물갈이했다. 조직이 슬림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보직 수도 줄었다. 2급 이상 간부가 임명되는 보직이 기존 103개에서 85개로 감소했다. 그만큼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그 대신 진입장벽을 없애 부당한 청탁이나 학연 지연 등을 떠나 능력에 따른 인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본격적인 조직혁신과 인적쇄신에 돌입한 것이다.
‘청렴과 소통’이라는 조직문화를 확립하기 위해 전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청렴실천 결의대회를 열었다. 또 정 이사장은 직원들에게 매주 ‘희망편지’를 보내 반성과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내년도 사업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율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정 이사장은 “존폐 기로에 놓일 정도의 심각한 위기를 맞았지만 공단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가장 큰 기회일 수 있다”며 “확고한 조직쇄신을 통해 청렴한 조직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