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형사 안한다” 수갑 반납한 경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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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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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사권 조정 반발 확산

25일 오후 충북 청원군 강내면 충청풋살체육공원 식당에 자발적으로 모인 전국의 경찰 100여 명이 수사권 조정안에 반발하며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일부 경찰이 항의 표시로 반납한 수갑이 탁상 위에 놓여 있다. 청원=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25일 오후 충북 청원군 강내면 충청풋살체육공원 식당에 자발적으로 모인 전국의 경찰 100여 명이 수사권 조정안에 반발하며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일부 경찰이 항의 표시로 반납한 수갑이 탁상 위에 놓여 있다. 청원=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총리실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강력히 반발해 온 일선 경찰관들이 25일 집단토론회를 열고 항의의 표시로 총리실과 법무부에 수갑을 단체로 반납하기로 결의했다. 경찰 수뇌부는 대통령령 입법예고 과정에서 경찰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상위법인 형사소송법 재개정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25일 경찰 온라인 커뮤니티인 폴네티앙에서 활동하는 경찰 100여 명은 이날 오후 7시 반부터 충북 청원군 강내면에 있는 충청풋살체육공원 식당에서 밤샘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회의장 앞에는 ‘스폰서 검사, 그랜저 검사는 누가 잡나 더러워서 형사 안 한다’ ‘검찰공화국 개혁한다더니 검찰 제국으로 승격’ ‘수갑 녹여서 사회 기부합니다’ 등이 적힌 종이들이 뿌려졌다. 토론회에선 총리실의 조정안을 비판하는 격앙된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참석자들은 수사의 상징인 수갑을 반납하는 행사도 진행했다. 주최 측은 토론회를 공지하면서 참석자들에게 “사무실에서 쓰지 않는 수갑을 가져오라”고 했다. 한 관계자는 “이날 현장에서 모은 수갑을 총리실과 법무부에 반납해 경찰이 느끼는 비통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참석자들은 26일 토론 결과물을 조현오 경찰청장 등 조직 수뇌부에 전달하고 경찰과 시민으로부터 서명을 받은 연서를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할 방침이다.

항의 표시로 수사 경과(警科)를 반납하는 경찰도 늘고 있다. 전날 정오까지 2747명이 반납한 데 이어 이날 오후까지 전체 수사 경찰(2만2000여 명)의 70%인 1만5000여 명이 수사 경과를 반납했다. 수사 경과 해제를 신청하면 교통, 경무, 생활안전 등 다른 분과의 보직으로 이동해야 하지만 실제 해제를 신청할 기회는 매년 6월과 12월 인사철에만 주기 때문에 당장 집단 경과 이동은 일어나지 않는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 경과 반납은 행정절차상 효력이 없는 개인적인 의사 표현”이라며 “실제 치안 공백으로 이어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퇴직 경찰들의 모임인 재향경우회도 긴급회의를 열어 총리실을 항의 방문하기로 했다. 경찰 간부 최대 파벌인 ‘경찰대 동문회’ 간부 중 경찰청에 근무하는 8명은 이날 오찬을 함께하며 “경찰대 출신들은 집단행동은 자제하되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을 적극 지지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한편 이날 박종준 경찰청 차장은 총리실 시행령에 경찰의 뜻이 반영되지 않으면 형사소송법 재개정을 추진하겠다는 태도를 밝혔다. 박 차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입법예고 기간에 당정과 학계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조정안을 마련하고 잘 안 되면 국회 논의를 통해 형소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청이 직접 개정안을 낼 수는 없지만 의원입법을 통한 재개정이나 입법청원 같은 방법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의 조직적인 반발이 이어지고, 여야 정치권에서도 총리실 조정안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총리실은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다만 청와대가 중재안 수정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힌 데다 재수정할 경우 검찰의 반발이 예상돼 입법 예고된 조정안을 바꾸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총리실의 중재안은 법리와 전문가 의견, 검경의 균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오랜 고심 끝에 나온 것”이라며 “법리적 충돌이 발견되는 등 불가피한 사유가 없다면 수정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의견 표명을 자제한 채 신중한 분위기 속에서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청원=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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