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작가, 孫대표 비하 발언 부적절하고 무책임”… 하루 지나 겨우 입 뗀 민주당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5일 03시 00분


23일 올린 트위터 글에 머뭇대다 어제 해명 요구

민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와 관련해 트위터로 손학규 대표를 맹비난한 소설가 공지영 씨에 대해 하루 뒤인 24일 항의 논평을 냈다. 사연은 이렇다.

공 씨는 23일 오전 6시 25분경 트위터에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무능하고 썩어빠진 제1야당, 손학새(손학규+철새) 민주당’이라는 한 누리꾼의 글을 퍼 나르며 “저도 전두환 때 민한당 유치송 (총재) 이후 손학규 같은 야당 (대표) 처음 봅니다. 잘 몰라서 묻는 건데 한나라당서 파견되신 분…맞죠?”라고 비꼬았다. 한나라당 출신인 손 대표가 한나라당의 비준안 처리를 일부러 저지하지 않았다는 뉘앙스였다. 팔로어가 24만4800여 명인 공 씨의 트윗은 인터넷과 모바일 공간에서 빠르게 퍼져나갔고, 주요 언론매체에도 보도됐다.

하지만 민주당은 공 씨가 당과 손 대표를 맹비난한 당일 아무런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그러더니 하루가 훨씬 지나서야 이용섭 대변인이 논평을 내고 공 씨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이 대변인은 “사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명망 있는 작가인 공 씨가 중요한 사안을 사실 확인도 없이 트윗 내용 그대로 재인용함으로써 허위 내용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트위터상에 알려진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특히 손 대표가 한나라당의 강행처리 전략을 사전에 알았을 가능성에 대해 “손 대표와 김진표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의 기습처리 계획을 사전에 전혀 인지하지 못했으며, 당일 오후 3시경 한나라당이 본회의장을 기습 점거한 후인 3시 20분경에야 본회의장으로 달려간 것이 전부”라고 반박했다. 또 이 대변인은 “제1야당의 대표를 ‘한나라당에서 파견되신 분’으로 비하한 것은 명망 있는 사회 지도층으로서 매우 부적절하고 무책임한 언급”이라며 “사실에 근거한 적절한 해명을 통해 국민들의 오해를 불식시켜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23일에는 통합 신당 출범 여부를 놓고 중앙위원회가 소집돼 있어 당 차원에서 공 씨 트위터에 신경 쓸 겨를이 거의 없었다”며 공 씨에 대한 당 차원의 언급이 뒤늦게 나온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한나라당의 비판에는 거의 실시간으로 반박해 온 민주당이 유독 같은 범야권 내 정치세력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파워에는 눈치 보기에 급급해 이런 일이 벌어진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비준안 처리를 놓고 의원 6명의 민주노동당에 내내 끌려다니더니, 이젠 같은 편인 줄 알았던 소설가의 일방적 주장에 눈치만 보다가 뒤늦게 논평 한 장 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SNS에서 생산되는 이상하고 해괴한 주장에 대해서는 제1야당다운 기개로 대응하고 필요하면 반박하는 게 정상”이라며 “우리가 ‘SNS 당’보다 못하다는 것이냐”며 한숨을 쉬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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