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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일보

외도하며 이혼소송 내곤 “약속한 지참금 5억 달라”…
법원 “인륜에 반하는 염치없는 행동” 청구 기각

2005년 12월 서울 유명 의대 병원 전공의로 근무하던 A 씨(당시 29세). 그는 중매인의 소개로 B 씨(당시 28세)를 만나 결혼을 전제로 사귀기 시작했다. 2006년 1월 A 씨의 예비 장인은 “부동산을 팔아 현금 5억 원을 주겠다. 겨울에 아파트를 살 때는 사위와 딸 이름으로 소유권을 넘겨주겠다”는 각서를 썼다. 같은 해 3월 상견례 자리에서는 “4억 원 상당의 아파트를 사주겠다. 강남에 있는 아파트를 원한다면 딸에게 줄 유산 5억 원에서 추가로 비용을 내 주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들의 결혼은 준비 과정에서부터 삐걱거렸다. A 씨와 그의 아버지는 상견례 직후 “예단비로 건네준 1억 원이 너무 적다. 1억 원을 더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B 씨 가족은 파혼을 결심했다. 하지만 B 씨가 파혼을 받아들이지 못하자 결국 1억 원을 추가로 빌려서 A 씨에게 줬다.

A 씨 가족의 요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A 씨 아버지는 아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새 차를 사줘야 한다며 2250만 원을 또 받아냈다. 신혼여행 경비 1000만 원도 B 씨 측에서 부담하게 했다.

이들은 2006년 6월 결혼식을 치렀으나 신혼여행지에서 여행경비와 쇼핑 문제로 다투면서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첫날밤 부부관계에도 실패했다. 현재까지도 단 한 차례의 부부관계를 가지지 않았다. 이 사이 B 씨 본가가 부동산 매매 잔금을 받지 못해 약속한 살림자금과 아파트는 주지 못했다. A 씨도 전공의 3년차 생활에 바빠 잠만 자고 다시 일하러 나가는 생활을 반복했다. B 씨에게 생활비도 전혀 주지 않았다.

A 씨는 또 결혼하기 이전부터 사귀어 오던 C 씨와의 만남을 결혼 후에도 이어갔다. 2006년 11월경 C 씨는 B 씨에게 ‘남편 단속 좀 잘해라’라는 문자메시지와 태아 사진까지 보냈다. 또 B 씨의 신혼집을 찾아가 헤어질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A 씨는 결혼 전부터 교제한 간호사 D 씨와의 관계도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 전화를 하며 친밀하게 지냈다.

하지만 A 씨는 적반하장으로 결혼 9개월 뒤인 2007년 4월 협의이혼을 요구했다. B 씨 가족의 화해 노력에도 2008년 9월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소송까지 냈다. 1, 2, 3심 재판부는 ‘혼인관계 파탄은 A 씨의 책임’이라며 청구를 기각했다.

소송 도중이던 지난해 1월 A 씨 장인은 숨졌으나 A 씨는 “장인이 결혼 전 약속했던 현금 5억 원과 5억 원 상당 아파트를 사주기로 했으므로 나에게 상속분으로 그 절반인 5억 원을 지급하라”며 B 씨 가족을 상대로 별도의 약정금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고법 민사12부(부장판사 박형남)는 “사람으로서 예의를 지키지 못한 염치없는 행동”이라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B 씨 부친이 딸의 원만한 결혼생활을 위해 경제적 뒷받침이 되길 바라며 각서를 써준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더라도 법적 효력이 인정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A 씨의 여러 행위로 혼인관계가 파탄이 난 데다 B 씨가 심한 좌절감과 모욕감을 느꼈다”며 “혼인관계 파탄 후에도 지참금 소송을 낸 것은 부부로 만나고 헤어짐에 있어 사람이 가져야 할 예의를 지키지 않은 행동으로 인륜과 사회상규에 반해 권리남용에 해당하므로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또 “A 씨는 B 씨를 경제 상황을 풍족하게 하는 수단으로만 삼았다”고 질타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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