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창원시, 철새도래지 주남저수지에 ‘물억새 60리길’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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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서식지 훼손” 반발

경남 창원시가 철새도래지인 동읍 주남저수지에 ‘물억새 60리길’이라는 생태탐방로 조성을 추진하자 환경단체가 “철새 서식 환경을 망친다”며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창원시는 “주남저수지 일대에 탐방로 22.6km를 조성하고 주남, 산남, 동판저수지 제방을 따라 물억새를 심는 사업을 벌이기 위해 10월 중순 주민설명회를 열었다”고 31일 밝혔다.

창원시는 2014년까지 160억 원을 들여 탐방로를 황토로 포장하고 터널길, 관찰덱, 휴게 쉼터, 화장실, 주차장 등도 설치할 계획이다.

그러나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은 “이 사업은 천연기념물 30종, 멸종위기종 50종, 겨울철새 3만 마리가 찾는 주남저수지의 생태적 가치를 잃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주남저수지는 세계적으로 보존이 필요한 ‘살아 있는 멸종위기종 박물관’”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철새들은 주로 수심이 얕고 수초가 자라는 저수지 가장자리에 서식하고 있다”며 “물억새 60리길은 철새의 특징을 고려하지 않아 서식공간을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탐조객들의 시야도 가리는 부적절한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31일 지역 시민단체 등과 함께 간담회를 열고 물억새 60리길 조성사업 백지화와 주남저수지 보전을 위한 연대 모임 구성을 논의했다. 또 창원시청 입구에서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단식 농성도 벌일 계획이다.

창원시 환경수도과 관계자는 “물억새 60리길 조성의 세부계획은 주민과 환경단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전문가에게 자문한 뒤 결정할 것”이라며 “철새를 보호하고 환경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 아래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창원시는 2008년 창원컨벤션센터(CECO)에서 열린 람사르 총회를 기념해 주남저수지 입구부터 낙조대까지 2km 구간에 걸쳐 생태탐방로를 조성하고 저수지 안에는 목교를 설치했다. 당시에도 환경단체들이 “철새를 쫓아내는 행위”라며 심하게 반발했다.

창원시는 올 6월 말부터는 낙조대에서 용산마을까지 탐방로 2.1km를 조성했다. 이에 따라 물억새 60리길 22.6km 중 4.1km는 공사가 끝났으며 단계적으로 만들 잔여 구간은 18.5km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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