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해요 나눔예술]“뮤지컬로 배우는 性교육… 무료라 더 좋네요”

동아일보 입력 2011-11-01 03:00수정 2011-11-1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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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뮤지컬단 ‘그날 이후’
서울시뮤지컬 단원들이 지난달 21일 영등포아트홀 무대에서 경쾌한 리듬과 춤으로 10대 청소년 탈선을 주제로 한 1부 공연을 펼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나눔예술이 교육과 만났다. 서울 마포 복지시설 일대에선 청소년 예술교실이 한창이다. 마포지역복지네트워크를 대표하는 성미산마을극장과 동아일보가 힘을 보탠 사회공헌 프로젝트. 아이들은 내년 2월 무대에 설 자신을 그리며 연습에 열심이다. 한편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뮤지컬단(단장 김효경)의 나눔무대에선 성교육 뮤지컬이 첫선을 보여 객석에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
“내가 너를 원해! 내가 너를 원해! 오 안아줘!”

감미로운 사랑의 노래는 탐욕으로 요동친다. 강한 비트를 타고 숨 가쁘게 전개되는 무대. 남녀의 속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키스만 하는 거야, 키스만.’(여) ‘키스부터 시작인 거야.’(남)

지난달 21일 어둠이 내린 서울 영등포아트홀의 객석이 숨죽임 속에 낯선 무대를 맞았다. 청소년을 위한 성교육을 주제로 한 서울시뮤지컬단의 ‘그날 이후’다. 이 작품은 김효경 단장이 2009년 서울예술대 재직 당시 학생들과 개발한 것을 재구성한 창작뮤지컬이다. 실제 사례를 수집하고 관련 논문을 참고해 6개의 옴니버스로 꾸몄고 극 사이사이에 성교육 지침도 담았다.

김 단장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즐기는 나눔공연이 사회문제를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교육의 장이 됐으면 했단다. 그는 “‘그날 이후’는 성이란 무거운 주제를 경쾌한 리듬으로 펼치며 관객들에게 진지한 감동을 주고자 하는 일종의 수업”이라며 학교와 정부 관계기관의 관심을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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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무대와 달리 배우들의 공감은 컸다. 두 아이를 둔 엄마배우 오성림 씨는 부모 입장에서 어떻게 성교육을 할 것인가를 되돌아보는 계기였단다. 연습을 하며 화난 경우가 많았다는 여배우 유미 씨도 “성폭력 문제가 더 남의 일이 아니라는 걸 깨친 무대였다”고 말했다. 관객들은 ‘그날 이후’가 청소년들의 훌륭한 성교육 수업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두 아들과 함께한 40대 주부는 “특히 피해자와 가해자의 상반된 입장을 진지하게 봤다”며 “청소년의 책임을 강조하는 부분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동작구문화센터에서 두 번째 공연을 마친 ‘그날 이후’는 이달 중순께 두 차례 더 서울의 관객들을 찾아간 뒤 전국 무료공연으로 무대를 넓힐 계획이다.
▼ 입도 벙긋하지 않던 아이들 이젠 “유 레이즈 미 업∼” ▼

■ 성미산마을극장 ‘예술교실’


염리합창반 아이들이 지난달 20일 염리청소년독서실 지하 교육장에서 합창연습을 하다 웃고 있다. 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자, 배에 힘을 주고 시작!” “아에이∼ 아에이오우∼.”

발성연습이 시작되자 아이들은 옹기종기 앉아 선생님의 피아노 반주를 따랐다. 조금 전만 해도 산만하게 지하 교육장을 뛰놀던 아이들이었다.

지난달 20일 서울 마포구 염리동 서민 주택가에 자리한 청소년복지센터 염리청소년독서실. 아이들은 오후 4시 30분부터 시작된 합창교실에서 지루한 기색 없이 내내 진지한 자세를 보였다. 석 달 전, 첫 수업 당시 입 한번 벙긋하지 않던 아이들이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지도강사에게 마음을 열기는커녕 눈도 마주치지 않던 아이들은 서로 감정이 상해 수업시간에 크게 싸우기도 했단다.

발성연습에 이은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 영어 가사를 한글로 또박또박 쓴 악보를 재빨리 감추는 다은이(한서초 4년)의 모습이 정겨웠다. 아이는 성악가 해도 되겠다는 선생님의 칭찬에 고무된 듯 거울 속 자신을 보며 연방 배에 힘을 줬다. 올봄 시작된 청소년 예술교육프로그램(일명 CI 프로젝트)은 마포 일대 80명의 아이들(초등 4년∼중등 2년)을 합창·기타·연극반 등 복지기관별로 나눠 교육하는 프로젝트다.

‘여럿이 모여 배우고 함께 즐기는 것’이 CI 프로젝트의 목표. 내년 2월엔 아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실력도 뽐낸단다. 염리합창반 아이들은 수업이 거듭될수록 다가올 공연에 부푼 모습이었다. 고모와 살고 있다는 김유정(서울여중 2년) 진현(한서초 6년) 자매는 집에서도 서로 틀린 부분을 가르쳐주며 공연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교회에서 뮤지컬을 했다는 이정희 양(한서초 5년)도 친구들과 열심히 연습하자고 약속했다며 엄마에게 실력을 뽐내고 싶단다. 지도강사 김지선 씨는 “아이들의 변화에 예술교육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했다”며 아이들이 합창의 미덕인 화합과 자존감을 찾길 바랐다.

박길명 나눔예술 특별기고가 myung@donga.com   

※ 11월 나눔예술 전체 공연 일정은 서울의 경우 세종문화회관(www.sejongpac.or.kr) ‘함께해요! 나눔예술’난을, 지방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www.kocaca.or.kr)의 ‘공연프로그램 일정 안내’를 클릭하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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