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수도 런던에 중국이 지으려는 약 2만1853㎡(약 6610평)의 초대형 주영국 중국대사관의 신축 사업을 20일 승인했다. 완공되면 주영국 미국 대사관(약 1만9830㎡)을 능가하는 유럽 내 최대 규모 대사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의 초대형 대사관 건설이 영국, 나아가 서방의 안보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야당인 보수당과 미국 등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국가 안보를 도박에 걸었다”며 비판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스타머 내각은 이날 중국이 런던 템스 강변의 대표 유적지 ‘타워오브런던’의 맞은편에 위치한 옛 왕립조폐국 부지에 지으려는 대사관 신축 계획을 승인했다. 중국은 이 부지를 2018년 2억5500만 파운드(약 5037억 원)에 사들였고 2022년 건설 신청서를 제출했다.
영국 정부는 안전, 보안, 교통 혼잡 등의 이유를 들어 그간 사업 승인을 연기했다. 그러나 실제 이유는 중국에 대한 우려와 견제 의지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중국이 이 부지를 사들이고 건설 신청서를 제출했을 때는 반(反)중국, 친(親)미국 성향이 강한 보수당이 집권하고 있었다.
그러다 2024년 7월 진보 성향이 강한 노동당 소속 스타머 총리가 집권하면서 대사관 신축 계획이 급물살을 탔고 이번 승인으로 이어졌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스타머 총리 취임 후 가진 첫 통화에서 영국 측에 대사관 신축 건을 직접 언급하며 승인을 압박했다.
스타머 총리는 29~31일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만나기로 했다. 현직 영국 총리의 중국 방문은 2018년 이후 8년 만이다. 이에 영국 경제가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스타머 정권이 중국과의 무역·투자 협력을 위해 안보 우려를 뒤로 하고 선제적인 선물을 안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새 대사관은 런던의 금융 밀집지 ‘시티오브런던’과 인접해 있다. 지하로는 민감한 통신용 광섬유 케이블 또한 지난다. 12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입수한 대사관 설계도에 따르면 건물 지하에는 208개의 방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지하 시설의 용처를 두고 중국의 첩보 활동, 반체제 인사를 가둘 불법 구금 시설 등으로 이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프리티 파텔 보수당 의원은 “스타머 총리가 굴욕적인 대사관 승인으로 안보를 중국공산당에 팔아넘겼다”고 비판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도 영국 측에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대사관 건설 승인을 환영했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합리적인 외교의 승리”라고 반겼다. 리관제(李冠傑) 중국 상하이 국제문제연구원 연구원은 글로벌타임스에 “대사관 건설이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일부 영국 정치인들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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