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가방 기부천사’는 또다른 천사 1025명을 남기고 하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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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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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우수 씨 뜻 잇자” 생전 후원 어린이재단에 평소 3배 ‘기부 행렬’

29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서울복지병원 장례식장에서 철가방 천사 김우수 씨의 영결식이 열렸다. 어린이재단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탤런트 최불암 씨(왼쪽에서 네 번째)가 상주 역할을 맡았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29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서울복지병원 장례식장에서 철가방 천사 김우수 씨의 영결식이 열렸다. 어린이재단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탤런트 최불암 씨(왼쪽에서 네 번째)가 상주 역할을 맡았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몸은 갔지만 뜻은 더 크게 남았다. ‘철가방 천사’ 고(故) 김우수 씨(54)의 선행을 1025명의 또 다른 천사가 이어 받았다. 하늘나라로 간 김 씨가 한 알의 밀알이 되어 더욱 크게 피어났다.

어린이재단은 김 씨 소식이 알려진 뒤 28, 29일 이틀간 재단 콜센터와 인터넷 등으로 접수된 후원 희망 건수가 모두 1020건(일시지원 183건, 정기지원 837건)이라고 29일 밝혔다. 통상 재단에 접수되는 기부 희망건수는 하루 평균 130∼200여 건. 평소보다 하루 평균 2, 3배가량으로 기부행렬이 늘어난 것이다. 빈소에서 직접 후원 신청을 하거나 본보를 통해 후원 신청을 한 사람도 있었다.

28일 오후 빈소에 비치된 초록우산 후원신청카드는 하루 만에 350여 장이 모두 소진됐다. 빈소를 찾은 이름 모를 시민들이 기부금으로 대신 낸 부의금도 900여만 원에 달했다.

자신을 공무원이라고 밝힌 한 중년 남성은 기자에게 e메일을 보내 “김 씨가 마지막까지 후원했던 신윤희(가명) 양이 김 씨 사후 외로움을 느낄까 걱정된다. 나라도 계속 후원을 하고 싶다”며 후원 방법을 문의했다. 김 씨의 소식을 듣고 빈소를 찾은 조문객은 28, 29일 이틀간 350여 명에 달했다. 특히 아르바이트생, 건설현장 노동자 등 김 씨처럼 어려운 형편에 있는 서민이 많았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승호 씨(20)는 “오늘 새벽 신문을 정리하다 동아일보 1면에서 김 씨가 후원한 학생의 조문 사진을 보고 눈물이 쏟아졌다”며 “지금은 형편이 어려워 돈을 기부하지는 못하지만 내 몸과 시간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과거 중국집 배달원을 하다 지금은 건설현장 노동자로 일하는 이모 씨(41)는 “나는 배달 일을 할 때 봉급도 적고 일이 힘들다며 늘 불만에 차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며 장례식장에 비치된 후원신청카드를 가져갔다.

김 씨가 후원했던 월드비전에도 김 씨를 따라 결연아동을 찾거나 기부금을 내겠다는 문의가 잇따랐다. 월드비전 트위터에 글을 남긴 트위터 forkidsin××××××는 “소식을 듣고 배달원 아저씨가 내게 가르침을 주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아동 후원 신청을 한 명 더 하고 왔다”고 글을 남겼다. 트위터 Precio××××××은 “그동안 미뤄 왔던 기부 활동을 오늘부터라도 시작해야겠다”고 썼다.

굿네이버스, 세이브더칠드런, 유니세프 등에도 평소보다 2배 이상 많은 후원 문의가 들어왔다. 유니세프 측은 “28일 하루 동안 인터넷을 통한 후원 문의 건수만 평소 150여 건에서 300여 건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29일 자녀 이름으로 굿네이버스를 통해 국내 빈곤가정아동 후원을 신청한 주부 김수미 씨는 “김 씨의 사연을 읽고 부끄러웠다. 우리 아이도 중요하지만 더불어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후원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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