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제사건 처리’ 쓰러지는 대법판사들… 새 원장 취임 앞두고 업무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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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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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재판연구관 과로로 입원

대법원의 한 여성 재판연구관이 과로로 쓰러져 10일째 입원 치료 중인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새 대법원장 취임을 앞두고 대법원이 미제 사건 처리를 서두르면서 업무가 가중돼 과로한 탓이라고 한다.

김지형 대법관실의 전속 재판연구관인 김민기 판사(40·여·사법시험 36회·사진)는 추석 연휴 전날인 9일 오전 머리가 지끈거려 조퇴한 뒤 서울아산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담당 의사는 김 판사의 증세가 심상치 않다고 보고 정밀검사를 한 결과 패혈증과 심부전증 등 과로로 인한 합병증세라는 진단이 나왔다. 김 판사는 곧바로 중환자실로 옮겨 치료를 받다가 지난 주 일반 병실로 옮겨 현재까지 입원 중이다. 대법원의 한 동료 판사는 “대법원장 교체를 앞두고 장기 미제 사건들을 조속하게 처리하는 과정에서 김 판사가 휴일도 없이 근무해 왔다”고 말했다.

김 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 판사, 서울고법 판사 등을 지냈고 대법원 산하 ‘젠더법 커뮤니티’ 총무를 맡아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한 법 연구에 노력해 왔다. 그는 진보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에도 소속돼 있다. 남편은 오영준 춘천지법 강릉지원장으로 부부가 모두 현직 판사다.

김 판사 외에도 10년 사이 상고심 사건이 2배 가까이로 늘어나는 등 재판 부담이 가중되면서 최근 대법원에서 근무하는 판사들이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경우가 늘고 있다. 지난해 접수된 상고심 사건은 총 3만6418건으로 10년 전보다 92% 늘었다. 같은 기간 1심(19%)과 항소심(32%)이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두드러진 증가세다. 이 때문에 한 대법관이 지난해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피부에 물집이 생기면서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대상포진을, 다른 대법관은 몸의 균형을 유지해주는 귓속의 전정기관에 이상이 생기는 병을 앓았다.

이종식 채널A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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