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째 대학생’ 12%… “취업난에 졸업 미루기 심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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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K대를 졸업한 안모 씨는 1999년 대학에 입학했다. 행정고시, 입법고시 등 각종 고시를 준비하느라 9년 만인 2008년 졸업했다. 군 복무 기간 2년을 빼더라도 3년을 더 다닌 셈이다. 혹시 고시에 합격하지 못해 취업할 경우에 대비해 학생 신분을 유지하고 학점을 조금이라도 높여보려는 의도였다. 안 씨는 “1년 휴학하고, 이후에는 학기당 1, 2개 과목만 수강신청을 하는 식으로 총 12학기를 다녔다”고 말했다.

취업난이 만성화하면서 안 씨처럼 대학을 8년 이상 다니는 ‘장(長)학생’이 늘고 있다. 대학생 10명 중 1명은 졸업까지 8년 이상 대학을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박영아 의원(한나라당)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16개 대학 2002년 입학생 2만8306명(자퇴생 3336명 제외)의 졸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입학 후 9년이 지난 올 2월까지 졸업한 학생 수는 2만6035명으로 91.9%였다. 분석 대학은 서울대 상명대 건국대 국민대 덕성여대 서울여대 등 서울지역 16개 대학이다.

4년 만인 2006년에 졸업한 경우는 31%(8789명)에 불과했다. 5년 만에 졸업한 학생은 6059명(21.4%)이었고, 6년 3179명(11.2%), 7년 3879명(13.7%), 8년 2554명(9%), 9년 995명(3.5%)이었다. 입학 후 8년 이내에 졸업한 누적 졸업생은 전체 입학생의 88.4%(2만5040명)에 그쳤다. 남학생들이 군 복무를 위해 2년간 휴학하는 것을 감안해도 정상적인 졸업이 많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003년 입학생을 분석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만314명 가운데 4년 만인 2007년 졸업한 학생은 5739명(27.7%)밖에 되지 않았다. 8년 만인 올 2월까지의 누적 졸업생은 1만8024명으로 입학생의 88%였다.

박 의원은 “취업난으로 대학생들이 졸업을 꺼려 졸업 시기가 점점 늦춰지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등록금과 생활비 부담도 늘어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정부와 대학이 이런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sorimo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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