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사건 판박이’ 22년 전 서석재 전 의원 후보매수 판결 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8일 03시 00분


법원 “동정 차원서 건넨 돈도 후보매수 대가”■ 검찰, 郭 사전구속영장 청구

7일 새벽까지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교육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검찰은 곽 교육감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7일 새벽까지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교육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검찰은 곽 교육감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7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 여부는 9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 검찰 “사안 중대해 구속 필요”

곽 교육감은 지난해 5월 19일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구속 수감)에게 사퇴 대가로 올 2∼4월 2억 원을 건네고 교육청 자문위원직을 맡긴 혐의를 받고 있다. 후보 사퇴 뒤 대가가 있는 금품을 주고받는 경우를 처벌하는 공직선거법 232조 1항 2호(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49조에서 준용)가 적용됐다. 이번 사건은 공개된 지 12일 만에 핵심 피의자인 곽 교육감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다. 곽 교육감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검찰 안팎에선 과연 곽 교육감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될 것인가를 두고 한때 의견이 엇갈렸지만 수사팀 분위기는 단호했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사안의 중대성 △후보자 매수로 민의 왜곡 △액수가 상당한 점 △구속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와의 형평성 △혐의 부인으로 공범자와의 입맞추기 등 증거인멸 우려를 적시했다. 검찰이 곽 교육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지난달 8일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자료를 송부받아 수사에 착수한 지 꼭 30일 만이다. 구속 영장 청구서는 A4용지로 본문 3장과 첨부의견서 3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 22년 전 유사 사건서 유죄 판례


검찰은 1989년 이번 사건과 판박이처럼 비슷한 사건을 수사해 대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은 1990년 이른바 ‘3당 합당’과 민자당 출범으로 이어진 ‘고 서석재 전 의원 사건’이다. 당시 서 전 의원은 강원 동해시 재선거을 앞두고 통일민주당 이관형 후보 당선을 위해 공화당 이홍섭 후보에게 1억5000만 원을 주고 후보 사퇴를 시킨 혐의로 구속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당시 판결문에 따르면 서 전 의원은 “사퇴를 결심하고 선거 운동을 중단한 상대 후보를 인간적으로 동정해 그의 빚을 갚아 주고자 돈을 건넸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사퇴한 상대 후보의 선거 빚을 갚아주는 것은 오랜 관례”라고 했다. 이러한 주장은 지난달 28일 곽 교육감이 “박 교수에게 건넨 2억 원은 선의”라며 대가성을 부인한 상황과 매우 비슷하다. 후보 사퇴 대가라는 점을 숨기려 차용증을 쓴 점도 똑같다. 표현은 서로 다르지만 서 전 의원은 ‘동정’을, 곽 교육감은 ‘선의’를 내세우며 대가성을 부인한 것도 비슷하다.

그러나 당시 서울형사지법은 1심에서 “피고인이 대가성을 부인하지만 금품 제공은 후보 사퇴와 직접적 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서 전 의원의 유죄를 인정했다. 항소심에서 서울고법도 “야합을 통해 상대 후보를 매수해 사퇴시키는 범행은 결국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해 공정 선거를 방해하고 민주정치 발전을 저해한다”고 강조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 2억 원 출처 밝혀지면 새 국면

곽 교육감이 건넨 2억 원의 대가성 입증에 주력했던 검찰은 이제 돈의 출처 수사에 집중할 방침이다. 곽 교육감이 건넨 2억 원 가운데 1억 원은 곽 교육감 자신이, 나머지 1억 원은 부인과 처형이 마련했다는 진술이 나온 만큼 곽 교육감이 이 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도 조사해야 한다는 것. 검찰은 계좌추적 등을 통해 곽 교육감 주변의 단체나 개인이 1억 원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줬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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