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의원’ 제명안 부결에 여성·시민단체-누리꾼 부글부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강용석에 유급휴가 주는게 징계냐… 성경구절 입맛대로 인용하지 말라”

여대생 성희롱 발언 파문을 일으켰던 강용석 의원(무소속) 제명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데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란 성경 구절을 인용해 강 의원을 옹호했던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비판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야당 소속 여성 의원들이 비난 대열에 앞장섰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1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강 의원이 제명 대신 30일 출석정지를 받은 것에 대해 “출석정지 기간 세비가 반 정도 나오니까 500만 원 남짓 될 텐데 트위터에서는 ‘국회는 의원이 성희롱 하면 유급휴가 보내주는 것이냐’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김 전 의장의 발언에 대해 “강 의원에게 돌을 던지지 말라고 말한 것인데 트위터에선 돌을 찾는 사람이 많더라”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이날 트위터에는 “인혁당 사건을 사법살인이라 부른다. 강 의원 제명안 부결은 입법강간”이라는 과격한 글까지 올라왔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상희 의원도 이날 고위정책회의에서 “사법부와 국민이 이미 심판한 강 의원 제명안에 대해 134명이 반대표를 던졌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 전 의장의 발언에 대해 “강용석 감싸기를 넘어선 작태”라고 비난했다.

개신교계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는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성경 구절을 아전인수 격으로 인용하면 되겠느냐. 성경에는 ‘내 팔이 죄를 짓거든 잘라버리라’는 말도 있는데 이 생각은 안 하고 자기에게 유리한 말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시민·여성단체와 누리꾼들도 동참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이날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앞에서 ‘죄 없는 자 돌을 던져라’란 글이 쓰여 있는 국회의사당 그림에 모형 돌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언론단체로 구성된 ‘성희롱 국회의원 퇴출·강용석 의원 제명 촉구 긴급공동행동’은 성명을 통해 “국회는 자정력을 완전히 상실했다”며 국회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김 전 의장은 자신의 성경 인용 발언이 논란을 빚자 보도자료를 통해 “강 의원이 잘못을 저질렀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다만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해 충분한 벌을 받았기 때문에 용서하자고 호소했던 것”이라며 “발언 내용 중 일부만 앞뒤 맥락 없이 전해져 왜곡된 해석을 낳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제명안이 부결된 뒤 곧바로 여야 합의로 징계안이 상정된 점 등으로 볼 때 여야가 사전에 모종의 ‘공모’를 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제명안 부결에 대비해 징계안을 올리자고 요구해 왔다”며 “한나라당 의원이 대부분 제명안에 반대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징계안 상정에 동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본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된 데 대해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국회법 제158조에 징계에 관한 회의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돼 있는데 이를 사전에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비판을 너무 많이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