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낮 영아 납치… 휴가 경찰이 범인 잡았다

  • Array
  • 입력 2011년 9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부천署 소속… 병원 들렀다가 범행현장 목격
“강도야” 소리 듣고 130m 뒤쫓아 격투끝 검거

경기 부천경찰서 소속의 한 경찰관이 근무하지 않는 날에 자택이 있는 대전에 내려왔다가 영아를 납치해 도주하는 용의자를 끝까지 추적해 격투 끝에 붙잡았다.

대전 둔산경찰서에 따르면 31일 오전 9시 35분경 대전 서구 탄방동 모 소아과 앞길에서 박모 씨(27·여)의 13개월 된 딸을 이모 씨(34)가 납치했다. 박 씨는 이날 오전 미열이 있는 딸을 데리고 소아과에서 진료를 받은 뒤 귀가하던 길이었다. 이 씨는 박 씨가 자신의 승용차에 올라타는 순간 갑자기 동승해 흉기를 들이대며 “돈을 내놓으라”고 위협했다. 하지만 박 씨가 순순히 응하지 않는 등 상황이 여의치 않자 갑자기 박 씨의 딸을 데리고 차에서 내린 뒤 도주하기 시작했다. 박 씨는 이 씨가 자신의 딸을 데리고 달아나자 “강도야”라며 소리친 뒤 울면서 이 씨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이 장면은 당시 쉬는 날이라 아내가 있는 대전에 와있던 부천시 원미경찰서 소속 김태연 순경(32)에게 목격됐고 김 순경은 즉시 납치범을 130여 m 쫓아가 넘어뜨린 뒤 격투 끝에 붙잡았다. 검거에는 당시 길을 지나던 시민 2, 3명도 합세했다. 김 순경은 납치범을 출동한 대전 경찰에 넘긴 뒤 “경찰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납치범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일주일 전 회사를 그만둔 데다 빚을 많이 져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대전 둔산경찰서는 이날 납치범 이 씨에 대해 영아 납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원미파출소 최계원 소장은 “평소에도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김 순경이 근무일도 아닌 데다 자신의 관할도 아닌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을 마치 자신의 일처럼 여기고 경찰의 본분을 다해 명예를 드높였다는 사실이 무척 자랑스럽다”며 “5월에 결혼해 신혼생활 중인 김 순경의 특진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전시내에선 두 달 전에도 대낮에 도심 아파트 단지에서 초등학생이 납치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으나 지금까지 범인이 검거되지 않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6월 30일 오후 4시 40분경 서구 모 아파트에 거주하는 초등학생 A 양(11)이 납치된 뒤 같은 날 오후 10시 40분경 아파트 옥상 기계실에서 손발이 묶인 채 발견됐으나 지금까지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