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김백일 장군 동상 철거 말라”

법원, 집행정지 신청 수용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 설치된 김백일 장군(1917∼1951) 동상(사진)이 철거 위기를 넘겼다. 김 장군은 6·25전쟁 당시 흥남 철수작전 때 피란민 10만 명을 탈출시킨 인물. 사단법인 흥남철수작전기념사업회가 그 공로를 기려 유적공원에 동상을 세웠지만 경남도가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문화재 영향검토를 하지 않은 무단설치물이라는 이유로 원상복구 명령을 내려 철거 위기에 처했다.

창원지법 제1행정부(부장판사 이일주)는 26일 흥남철수작전기념사업회가 “판결 선고가 나기 전까지 행정대집행을 통한 동상 철거를 막아 달라”며 거제시를 상대로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동상을 철거하지 않는다고 해서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인용 이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기념사업회가 별도로 낸 ‘동상철거명령 및 철거대집행계고 처분취소’ 소송의 판결 선고 때까지 거제시가 동상을 강제 철거하지 못하게 됐다.

기념사업회는 흥남 철수작전 때 김 장군이 미 10군단장 알먼드 소장을 설득해 피란민을 선박에 태워 거제로 탈출시킨 공을 기려 올 5월 27일 경남도 문화재자료 제99호로 지정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내의 ‘PX잔존시설’ 근처에 동상을 세웠다. 하지만 경남도가 무단설치물이라며 거제시에 원상복구 명령을 내려 거제시는 이에 따라 7월 26일 기념사업회 측에 8월 15일까지 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을 통해 강제철거하겠다는 계고장을 보냈다.

그러자 기념사업회는 이달 4일 거제시를 상대로 ‘동상철거명령 및 철거대집행계고 처분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동시에 냈다. 거제지역 일부 시민단체는 일제강점기 김백일 장군이 항일 무장저항세력의 토벌부대에 복무한 친일 행적을 문제 삼아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7월 20일에는 동상을 검은 차양막으로 둘러싸고 쇠사슬을 감기도 했다.

반면 흥남에서 경남 장승포까지 철수하는 동안 배에서 태어난 아이 5명(미군은 태어난 순서대로 ‘김치 1’∼‘김치 5’로 부름) 가운데 1명인 이경필 장승포가축병원 원장(61·김치5)은 흥남철수작전기념사업회 거제시지회 부회장 자격으로 동상 존치 운동을 벌였다.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