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침통…시의회 “시민의 승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4일 21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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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24일 개표도 하지 못한 채 무산됨에 따라 지난 6개월간 첨예하게 대립했던 서울시와 시의회, 양대 대표단체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서울시의회의 친환경무상급식 조례 재의결 무효확인 소송을 대법원에 제기하는 동시에 유례없는 주민투표까지 제안해 현실화시켰던 오 시장과 서울시는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오 시장은 "투표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시민들의 소중한 뜻을 개봉조차 할 수 없어 참으로 안타깝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반면 민주당이 다수인 서울시의회는 이날 오후 8시 시의회 본관 1층에서 승리를 자축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허광태 시의회 의장은 논평을 통해 "특정인의 잘못된 결정이 서울시정은 물론 우리 지방자치 발전에 엄청난 부담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지난 8월1일 서울시가 주민투표를 발의하자마자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대표단체로 등록해 격전을 벌였던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투표참가운동)와 나쁜투표거부시민운동본부(투표거부운동)의 분위기도 대조를 보였다.

패배한 투표참가운동은 기독교회관 1층에서 최종 투표율이 나온 뒤 기자회견을 열고 "아까운 수치로 무산됐다. 투표 불참을 유도하는 초유의 사태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투표참가운동 하태경 대변인은 "내용적으로는 우리가 이겼다. 사실 3분의 1은 법적 요건이고 인민재판식의 공개투표였지 않나"라며 "악조건 속에서도 25%가 넘는 시민이 스스로 복지포퓰리즘과 투표거부의 적극적인 반대층임을 표시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승리한 투표거부운동은 비슷한 시간 서울시의회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민주주의 제도를 악용한 나쁜 투표를 서울시민이 심판했다"며 자축했다.

투표거부운동은 "오 시장은 공언한 바대로 즉시 시장직에서 물러남으로써 시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표거부운동본부는 또 같은 시간 서울광장에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야3당과 서울시민한마당 축제를 열고 각종 공연과 퍼포먼스를 펼쳤다.

교원단체간 반응도 엇갈렸다.

한국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투표 거부 행위는 민주주의 기본 질서를 무너뜨린 나쁜 행위로 역사에 남을 것이며 주민투표 무산이 곧 서울시민 절대 다수가 전면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것으로 호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손충모 부대변인은 "사필귀정이다. 어린 아이들 밥 먹는 문제를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했던 이들이 벌을 받은 것"이라며 "오 시장은 약속대로 즉각 시장직을 사퇴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말했다.

학부모 단체는 교육정책을 정치이념화한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최미숙 대표는 "아이들 급식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투표거부 운동을 하는 등 정치권이 보여서는 안 될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고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 신순용 공동대표는 "교육정책으로 이해할 부분을 정치 이념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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