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생 조기입학
득… 어학연수 다녀와도 1년 여유있죠… 인기 사립초 지원기회 한번 더 있어요
실… ‘꼬맹이’라고 따돌리면… ‘까다로운 학부모’ 인식도 무서워요
《“6세 아들의 조기입학을 고민하는 엄마입니다. 아들은 초등생 형들과 비슷할 정도로 신체운동기능이 뛰어나요. 초등 4학년이 되면 큰딸과 함께 외국에 1년간 보낼 계획인데요. 1년 일찍 입학하면 돌아와서 다시 4학년 수업을 들어도 시간을 버는 것 같아 조기입학을 고려하고 있습니다.”(김모 씨·39·서울 강남구)
2학기에 진행되는 2012학년도 조기입학신청을 앞두고 최근 자녀의 조기입학에 대해 고민인 학부모가 많다. 이들은 내년 초등학교 입학 대상자인 2005년생보다 한 살 어린 2006년생 자녀를 둔 학부모로, 자녀를 한 해 일찍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는 것의 득과 실을 따지느라 분주하다.》
달라진 교육 트렌드는 조기입학에 대한 학부모의 관심과 고민에 변화를 가져왔다. 대입에 실패할 경우 재수할 시간을 벌 수 있거나 사회진출이 빠르다는 장점 때문에 학교를 빨리 보내려고 했던 것은 옛말. 최근엔 초등생의 해외어학연수가 늘자 조기입학으로 얻은 1년이 연수로 보낸 시간을 보충할 ‘보너스’ 시간이라는 인식이 늘어난 데다 인기가 높은 사립초에 지원했다가 떨어지더라도 후년에 한 번 더 지원할 수 있다는 이 점에 주목해 조기입학을 선택하는 경우가 느는 것.
2006년생 자녀를 둔 학부모는 조기입학을 두고 어떤 고민을 할까. 조기입학을 시킨 선배맘은 어떤 조언을 할까. 조기입학을 둘러싼 학부모의 고민 속으로 들어가 보자. ◆어학연수 2년…돌아오면 1년 투자해 교과다지기
학원을 운영하는 어머니 박모 씨(40·서울 용산구)는 최근 딸의 조기입학을 고려하고 있다. 6세인 딸은 유치원 7세반 학생 중에서도 가장 똑똑하다는 평을 받는다. 영어학원, 수학·과학학원 레벨테스트에서도 초등 1, 2학년 수준을 통과할 정도.
박 씨는 딸을 2, 3년 후 현재 초3인 아들과 함께 2년 정도 캐나다 친척집에 보낼 계획이다. 박 씨는 “1년 정도 선행학습을 시켜서 보내겠지만 2년 연수 후에 바로 제 학년으로 가기엔 수학, 과학을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면서 “일단 조기입학을 시키고 연수 후 한 학년 정도만 낮춰 진학시켜서 교과공부를 탄탄히 다지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조기입학을 학습시간을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생각하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 최근 서울 강남, 목동지역에선 한 반에 2, 3명이 해외어학연수를 떠날 정도로 보편화됐다. 연수 전 선행학습을 시키고 연수지역에서도 교과공부를 시키기 때문에 대부분 해당 학년으로 진학하지만 적응을 못할 경우 유급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한 해 빨리 학교에 들어간 조기입학생은 유급하더라도 같은 연령과 학년이 맞춰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급이 덜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 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는 ‘영어는 기본, 수학과 과학이 훗날 입시결과를 결정짓는 핵심요인’이라는 생각으로 1년 반에서 2년 정도 연수를 통해 영어를 마스터하게 한 뒤 1년 유급시켜 수학, 과학에 확실히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인기 사립초 조기입학을 고민하는 학부모의 경우는 이유가 조금 다르다. 인기 있는 사립초의 신입생 추첨 경쟁률은 7 대 1에 이를 만큼 높다. 조기입학을 신청해 6세 때 지원한 뒤 만약 떨어지면 7세 때 한 번 더 지원해 당첨확률을 높이려는 것. 조기입학으로 신청했다가 당첨되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사립초의 조기입학생 비율은 일반 초교에 비해 높은 편이다.
교육과학기술부 학교정보공시 사이트인 ‘학교알리미’(www.schoolinfo.go.kr)에 공시된 서울 A초교의 올해 신입생은 총 130명. 이 중 조기입학생은 14명이다. 또 다른 사립초인 B초교의 올해 신입생 111명 중 조기입학생은 9명. 조기입학을 신청하는 학생이 많다보니 일부 사립초에선 조기입학 지원자격에 ‘학교장 상담’ 조건을 다는 경우도 있다.
사립초에 조기입학한 초2 아들을 둔 학부모 이모 씨(38·서울 강남구)는 “조기입학생을 원하지 않는 일부 학교는 학부모가 전화로 문의하면 ‘조기입학생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면서 “정보가 부족한 엄마들은 학교 말만 믿고 조기입학이 안되는 줄 알아 포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법적으로는 학교가 조기입학생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시간 벌고 수준 높이고” vs “교우관계 불안”
조기입학에 대한 선배맘의 의견은 찬성과 반대로 엇갈린다. 찬성 학부모는 아이가 학습, 신체적으로 우수하다면 나쁠 것이 없다는 것. 이 씨는 “유치원 때까지 극찬만 받던 아이가 조기입학해 1학년 때 상위 20% 정도에 머물러 걱정했지만 2학년 땐 적응해서 최상위권이 됐다”면서 “유치원에서 보낼 1년을 줄여 빨리 입학하면 그 1년이 훗날 연수, 여행, 봉사활동 등으로 중요하게 활용될지 모르기 때문에 조기입학은 실보다 득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치원비를 1년 줄일 수 있다는 경제적 장점을 드는 선배맘도 있다. 현재 초2인 딸을 조기입학시킨 전업주부 S 씨(41·서울 송파구)는 “한 달 50만∼100만 원에 육박하는 유치원이나 영어유치원비 부담에서 일찍 벗어날 수 있다”면서 “일단 초교에 들어가면 한 살 어려도 친구들과 학습속도, 사회성이 맞춰진다”고 말했다.
반면 초등 고학년 때 드러날 수 있는 교우문제를 이유로 조기유학을 반대하는 선배맘도 있다. 또래그룹을 중시하는 일부 여학생 사이에서 태어난 연도가 다르다는 이유로 꼬투리를 잡아 ‘꼬맹이’ ‘신생아’ ‘200×년생’이라고 놀리면서 외톨이를 만드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조기입학을 시킨 학부모 사이에선 교사, 친구, 다른 학부모에게 자녀의 조기입학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교사에겐 ‘조기입학시킨 학부모=교육열 높은 까다로운 학부모’라는 인식이 생길까 두렵고, 친구나 학부모 사이에선 한 살 어린 데 대한 편견으로 따돌림 당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S 씨는 “딸이 다니는 초등학교는 지역에서도 교육열 높기로 유명한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데 학급당 조기입학생이 2, 3명으로 많다”면서 “겉으로는 조기입학생임을 밝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자녀의 조기입학을 고민하고 계신가요? C2면에서 선배맘과 현직교사가 전하는 조기입학 선택 전 꼭 확인할 사항을 콕 짚어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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