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이 울고 있다]전남은 양식장 쑥대밭… “한해 벌이 다 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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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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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두리 시설물 해안 떠밀려와… 완도 해수욕장 쓰레기장 방불
정부 보상한도 5000만원 그쳐… 어민들 “살길 막막” 망연자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출하를 미뤘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15일 전남 완도군 보길면 중리해수욕장. 며칠 전만 해도 전국에서 밀려든 관광객들로 북적였던 이곳은 바다에서 밀려온 가두리 양식장 시설물이 쌓여 거대한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태풍 ‘무이파’가 강타하면서 10m가 넘는 파도와 최고 초속 34m의 강풍에 섬 앞 2km 해상에 설치된 양식장이 완전히 망가진 것. 힘들게 가꿔왔던 전복양식장은 7000여 칸이 부서졌다. 가로세로 2.4m 크기의 1칸에는 전복 1500∼1800마리가 들어 있다. 줄잡아도 1000만 마리 이상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칸당 자재비 60만 원에다 1년 반∼3년생 전복까지 합하면 피해액이 2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추석 대목을 기대했던 어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이 마을 박경동 어촌계장(41)은 “태풍에 파손된 양식장 시설물이 백사장으로 밀려들어 수거하는 데도 4일 넘게 걸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1억 원을 대출받아 전복양식을 시작한 김순임 씨(54·여)는 “마을 주민 대부분이 빚을 내 양식을 하고 있다”며 “현실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더는 살아갈 방법이 없다”고 울먹였다.

전남은 전국 전복 생산량의 90%를 차지하고 있으며, 완도는 전남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최대 주산지로 연간 매출액이 3000억 원에 이른다.

전남지역 어민주식회사 1호인 ㈜완도전복도 이번 태풍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2009년 3월 출범 후 2년 만에 수출 45억 원을 비롯해 195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 회사는 올해는 작년보다 67% 늘어난 250억 원(622t)의 매출을 기대했으나 태풍 때문에 발목이 잡혔다. 회사 측은 전체 어민주주 가운데 10∼15%가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완도전복 관계자는 “있는 대로 모두 살 테니 배송만 해 달라는 주문전화가 밀려들고 있었는데 보내 줄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처럼 어민의 피해는 심각하지만 정부의 보상한도가 5000만 원에 불과하다. 어민들은 피해 복구비가 현실화돼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완도=정승호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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