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협상 최종 결렬… “우유납품은 재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3일 03시 00분


원유(原乳) 값 인상을 둘러싸고 낙농업계와 우유업계가 벌여온 협상이 12일 최종 결렬됐다. 하지만 낙농업계가 사흘간 중단했던 원유 공급을 재개해 최악의 ‘우유 대란’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날 오후까지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등에선 우유가 없어 진열대가 비어 있는 모습도 보였다. 원유 공급이 재개돼도 가공 시간을 감안하면 13일 오후는 돼야 우유 공급이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L당 704원인 원유 가격을 173원 인상하라고 요구한 낙농업계는 이날 협상에서 L당 145원 인상안까지 물러섰다. 우유업계는 당초 81원 인상을 주장하다가 정부의 중재안(L당 130원 인상 및 체세포2등급 원유의 가격 인상)을 받아들였으나 양측이 최종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인상된 가격을 적용하는 시기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낙농업계는 당장 16일부터 적용할 것을 주장했지만 우유업계는 내년 1월 1일부터 하자고 맞섰다.

이날 낙농업계 대표들은 협상 결렬을 선언한 뒤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앞으로 활동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우유업계 대표들은 “낙농진흥회 이사회에 양측의 안을 상정해 이사회에서 결론을 내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협상이 결렬되면서 정부는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소집해 원유 값 인상 폭과 적용 시기를 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사회의 결정을 양측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한편 낙농가들의 이익단체인 낙농육우협회 이승호 회장은 12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소비자 피해, 낙농가 피해를 막기 위해 우유 납품을 재개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국내 최대 우유업체인 서울우유는 이미 새벽부터 조합원과 자체적으로 합의해 원유 수집을 시작했다. 서울우유는 이달 1일부터 협상타결 때까지 원유 가격을 L당 160원씩 올려서 지급하기로 했다.

원유 공급 재개 소식에 우유업계와 유통업계는 한시름 던 표정이다. 경기 평택시 진위면 가곡리 매일유업 공장은 평소 하루 320t의 원유를 처리했지만 이날은 평소 생산량의 50%만 생산했다. 김진동 매일유업 업무지원팀장은 “원유 공급이 재개되더라도 원유를 가져오고 가공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아무리 빨라도 13일 오후에야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롯데마트 영등포점 지하 1층 우유판매대는 3분의 1가량이 비어 있고 ‘우유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안내와 함께 품절 스티커도 여러 장 붙어 있었다. 마트 관계자는 “평소엔 매일 1L짜리 우유 300개를 주문했지만 오늘은 90개만 주문했다”며 “내일은 60개밖에 주문을 못해 걱정이 많았는데 원유 공급이 재개된다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평택=김재홍 기자 no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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