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관계자, 아나운서 지망생 유혹 ‘들통’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5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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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직원을 사칭, 아나운서 지망생들에게 일자리를 알선해주겠다며 만남을 요구한 KBS 시청자네트워크 관계자가 직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KBS는 4일 "KBS 시청자네트워크는 수신료 현실화를 위해 자발적으로 결성된 단체다. 3일 오전 직무정지를 내렸고 그는 3일 자진 사표를 내도록 하는 KBS의 결정에 따랐다"며 "KBS를 사칭하는 과정에서 공사의 명예가 훼손된 부분에 대한 대응방안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3일 "KBS시청자네트워크 관계자가 저녁시간 지망생들을 불러내 인맥을 사칭하며 아나운서 지망생들에게 카메라 테스트를 하는가 하면 술을 권했다"고 폭로했다.

"그를 만난 아나운서 지망생 수는 지금까지 파악한 바로는 일곱, 여덟 명"이라면서 "술자리에서 본인이 MB캠프에 있었다며 사회적 권력층과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당장이라도 연예가중계 리포터로 꽂아줄 수 있다', '내 라인을 타라', '내가 부르면 계속 나와라'라고 종용했다"고 전했다.

KBS 시청자네트워크는 전국 18개 지역의 대표와 간사로 이뤄진 KBS 시청자들의 자발적인 모임이다. 수신료 현실화를 위한 시민운동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KBS 새 노조에 이 관계자의 행적을 알린 제보자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신분을 증명하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본인의 이름을 검색하는가 하면 차 앞유리에 KBS마크가 찍힌 종이와 KBS수첩을 두기도 했다. KBS 인근 주점이나 식당에서 전 KBS 제작본부장과 현 지역총국장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구직에 힘을 써줄 수 있다고 꼬드겼다.

이 같은 사실은 그에게 연락을 받은 아나운서 지망생들이 인터넷 언론계 취업준비 카페에 글을 올리면서 드러났다.

그는 지난달 31일 아나운서 지망생들에게 '이력서 소개를 잘 받았으며 구직과 관련된 협의가 있기를 바라니 늦지 않았다면 전화주시구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KBS시청자네트워크에 이력서를 제출한 적이 없던 지망생들이 전화를 하자 그는 "지역총국을 방문하면서 만난 지역총국장들이 인력 추천요청을 해 연락을 하게 됐다"고 답했다.

KBS 새 노조는 "제보자들은 그가 자신의 이력을 알고 있어 KBS에서 흘러나간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면서 "구직, 채용사이트에 올린 아나운서 지망생들의 이력서를 열람한 회사명은 KBS로 돼있었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아나운서 지망생에게 한 전화의 일부는 KBS 사내번호였고, 실제 KBS시청자네트워크는 별관 10층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이 단체가 어떤 경위로 KBS 건물 내에 사무실을 두게 됐고 무엇을 하는 단체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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