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 한선교 녹취록 공개한 날 국회 있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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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민주당 도청의혹 수사… “안 갔다”는 주장 거짓 드러나

국회 민주당 당대표실 도청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도청 당사자로 지목된 KBS 장모 기자의 진술 일부가 사실과 다른 점을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장 기자는 지난달 23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해 “한선교 의원이 녹취록을 공개한 날(7월 24일)에는 다른 취재를 하느라 국회에 가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민주당 최고위원회 비공개 회의가 열렸던 지난달 23일에는 장 기자가 국회에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다음 날인 24일에 한 의원에게 녹취록을 건넸을 가능성 때문에 국회에 있었는지를 조사한 것. 그러나 경찰은 장 기자의 휴대전화 위치추적과 국회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장 기자가 24일 국회에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또 경찰은 장 기자가 도청 내용이 담겨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전화와 노트북에 대해 “택시에 두고 내려 분실했다”고 진술한 것에 대해서도 장 기자를 태웠던 택시운전사를 조사해 “그런 일은 없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경찰은 이 밖에도 지난달 23일 민주당 비공개 회의가 진행되던 시간을 포함한 상당 시간 장 기자가 휴대전화로 통화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했다. 그 시간에 휴대전화로 회의 내용을 녹음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KBS 김인규 사장은 1일 KBS 공채 38기 신입사원 입사식에서 “도청을 지시한 적도 없고, 도청을 했다고 보고받은 적도 없다. KBS 사원의 말을 나는 전적으로 신뢰한다”며 “경찰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적절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사장이 자신과 도청 논란의 연관성만 부인했을 뿐 도청 자체를 부인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책임을 기자에게 넘기려는 ‘꼬리 자르기’용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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