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참 이상한 ‘매립지 슬러지건조시설’ 선정 기준

  • 동아일보

환경분야 무경험 업체에 유리
3단계 자원화시설 부실 우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3단계 슬러지 자원화시설(일명·슬러지건조시설)을 발주하면서 환경산업 관련 분야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업체에 유리할 수 있는 기준을 포함해 부실공사 우려를 낳고 있다. 슬러지 자원화시설이란 하수 슬러지를 시멘트 석회가루 등을 넣어 고화(固化) 처리한 뒤 매립지 내 복토재로 재활용하거나 화력발전소의 연료로 활용하도록 하는 시설.

매립지관리공사는 17일 ‘수도권매립지 슬러지 자원화시설’ 기본 및 실시설계 반영을 위한 공법선정 및 기술제안서 제출 안내 공고를 내면서 기술제안사의 시공 능력을 7점에서 10점으로 상향 조정했다. 시공능력 평가액이 800억 원 이상인 업체는 모두 10점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 여기에 과거 슬러지 자원화시설 같은 대규모 시설을 시공, 운영해 본 경험이 있는 업체에 주는 ‘제안기술 적용실적’ 점수는 5점에서 2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 같은 배점 기준은 실적이 미비하고 대규모 자원화 시설을 시공, 운영해 본 경험이 없는 업체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평가기준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턴키공사가 아닌 환경산업설비공사업 분야의 기술력을 가진 업체를 선정하는 ‘기술 제안 공모’ 방식에서 이 같은 평가기준은 변별력을 상실해 자칫 부실 공사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

매립지관리공사는 2009년 10월 400억 원을 들여 완공한 1단계 슬러지자원화 처리시설이 부실하게 설계, 시공돼 가동이 중단되는 등 말썽을 빚기도 했다. 침전 폐기물의 해양투기가 금지됨에 따라 매립지관리공사는 2007년 5월 환경부와 서울 인천 경기 등 3개 지자체에서 예산을 지원받아 슬러지 자원화 시설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매립지관리공사는 3월 감사원으로부터 부실하게 시공된 1단계 슬러지자원화 시설을 인수해 1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매립지관리공사 관계자는 “이번 공고는 여러 공법 가운데 가장 알맞은 공법을 선택하기 위한 공고”라며 “자원화 시설을 시공한 경험도 중요하지만 그 시설을 1년 이상 고장 없이 제대로 운영했는지가 더 중요한 공법 선정 기준”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