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달아 세 명이나 중간에 그만뒀으니 참 딱합니다. 그래도 힘을 모아 울릉도를 발전시켜야죠.” 경북 울릉군 도동항에서 횟집을 하는 주민은 14일 “육지 사람들이 손가락질할까 봐 제일 걱정”이라며 이런 말을 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던 정윤열 군수(69)가 9일 대법원의 당선무효 확정판결로 군수직을 잃었기 때문이다. 정종태 전 군수와 오창근 전 군수는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2001년, 2006년 각각 구속됐다.
정 전 군수가 지난해 11월 대구지검 포항지청에 소환돼 조사를 받을 때부터 군수직을 잃을 수 있다는 예상이 꾸준히 나왔기 때문인지 군수 자리가 비어 있어도 섬 분위기는 대체로 차분한 편이다. 도동의 한 택시운전사는 “우려했던 일 아니냐”라며 “차라리 군수가 없는 게 낫겠다는 이야기도 많이 하지만 덤덤한 편”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올 들어 울릉도와 독도를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데다 40년 숙원인 일주도로 완전개통 공사가 시작되는 등 섬이 활력을 찾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올해 들어 5월 말 현재 관광객은 13만1000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만8000여 명이 증가했다. 이 가운데 독도 방문객은 4만여 명으로 지난해보다 1만 명가량 늘었다.
울릉군은 올해가 울릉도 관광 부활에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전 직원이 나서 민박업소(105가구)와 관광숙박시설(54개)을 대상으로 친절과 청결, 서비스 지도에 나서고 있다. 군 관계자는 “올 들어 여객선 노선이 다양해져 관광 여건이 크게 개선됐다”며 “전국 최고 관광지가 될 수 있도록 총력전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2009년 ‘울릉민국 그리고 그들의 삶’을 펴낸 배상용 울릉군 의원(46)은 “울릉도는 섬 개척 120년 동안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독도와 함께 지금까지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며 “정성껏 관광객을 맞으면서 울릉도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 1만여 명 주민의 한마음이고 자존심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 전 군수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녹색섬 조성과 사동항 확장 등 주요 사업들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도 있다. 김진영 부군수(군수권한대행)는 “울릉도의 주요 정책은 대부분 경북도의 지원과 협력이 필요한 사업이므로 경북도와 긴밀히 협의해 순조롭게 추진되도록 하겠다”며 “주민들이 조금도 불안해하지 않도록 공직자들부터 더욱 책임감을 갖고 일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새 군수 선출을 위한 보궐선거는 10월 26일 치러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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