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성폭행 피해증언 뒤 자살여성 유서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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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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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도우미라고 내말 안믿나… 법정에서 발가벗겨진 것 같았다”

재판이 진행중인 법정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재판이 진행중인 법정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성폭행 피해자로 출석한 공판에서 판사에게 모욕감을 느꼈다고 주장하며 자살한 변모 씨(29·여)의 유서가 12일 공개됐다.

유족 측은 변 씨 유서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할 계획이다. 유족 측은 또 가해자 진모 씨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

이날 동아일보가 입수한 변 씨 유서에 따르면 변 씨는 판사와 가족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유서(6장)에서 “판사가 나를 성폭행한 진○○를 두둔하고 합의를 종용하는 등 모욕감을 줬다”고 밝혔다. 변 씨는 또 “판사가 내게 ‘중학교도 못 나오고 노래방 도우미도 하며 험하게 살아왔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내 말을 믿지 않았다”며 “가정형편이 어려웠고 많이 배우지 못했지만 함부로 거짓말을 하거나 남의 것을 탐하는 사람은 절대 아니다”라고 적었다.

또 변 씨는 “판사가 ‘진 씨는 회사를 다니고 있는 데다 어리고 착하다’며 내가 헤프고 돈 때문에 억울한 사람의 인생을 망친 것처럼 말했다”면서 “그동안 열심히 일해 돈을 많이 모아 돈은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날 믿지도 않으면서 왜 법정에 나오라고 한 것이냐”며 “노래방을 다니는 사람이면 강간을 당했어도 유혹한 게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변 씨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법정에 다녀온 뒤 여러 사람 앞에 벌거벗고 있는 것 같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성폭행을 당한 뒤 죽고 싶을 때가 많았지만 살아보려고 간신히 버텨왔다”며 “이제는 내가 죽어야 내 말을 들어줄 것 같다”고 적었다.

변 씨는 유서 마지막에 “은행에서 5000여만 원을 인출해 뒀으니 실력 좋은 변호사를 고용해 법적 대응을 해 달라”고 부탁하는 한편 가해자 진 씨를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 검사의 휴대전화 번호를 유서에 명기했다. 유서 가운데 4장은 변 씨가 자살 장소로 택했던 서울 구로구 오류동의 호텔에서 발견됐고, 나머지 2장은 유족이 변 씨 집에서 뒤늦게 발견해 검찰에 제출했다.

한편 4월 말 보석 석방됐다가 변 씨가 자살하자 행방을 감췄던 진 씨는 11일 검거돼 서울구치소에 재수감됐다. 재판부는 변 씨가 자살하자 진 씨에 대한 보석을 취소한 바 있다. 검찰은 진 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고, 재판부는 24일 진 씨에 대한 1심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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