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게이트]“임명권자인 MB도 도의적 책임 있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金총리 “나도 책임 느낀다”… 낮은 자세로 예봉 피해가

“(금융 관리감독) 책임자를 임명한 대통령에게 법률적 책임은 아니지만 도의적 책임은 있습니다.”

2일 국회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김황식 국무총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 문제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이렇게 답했다. 또 김 총리는 “국무총리인 나도 책임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그는 저축은행 사태의 원인에 대해 “정책적인 좋은 설계라고 의도했지만 대출이 방만하게 이뤄지고 이것이 누적돼 부실문제가 생겼다”며 “문제가 곪았으면 빨리 터뜨려 해결했어야 하는데 늦어진 데는 현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은진수 전 감사위원의 비위 사실을 적발하지 못한 데 책임이 있지 않느냐는 민주당 김유정 의원 등의 질문에는 “감사원장으로 일할 때 같이 있었던 사람으로서 정말 부끄럽다.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고 사과했다.

이날 김 총리는 ‘도의적 책임’에 대해서는 낮은 자세를 취했지만 여야 의원들의 민감한 질문 공세에 때로는 정공법으로, 때로는 농담조로 대응하며 예봉을 피해갔다.

특히 광주일고 출신인 김 총리는 “부산저축은행의 핵심은 모두 광주일고 출신인데 총리와 교류가 있지 않느냐”는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의 질문에 “어떤 취지인지 모르겠으나 불쾌하다”고 일축했다. 또 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청와대 비서들이 (민주당에) 조심하라고 협박했다. 그 따위 발언을 할 수 있느냐. 신문도 못 봤나”라고 따져 물을 때 “신문을 다 못 본다고요”라고 맞서기도 했다.

결국 여권 핵심 인사들의 연루 의혹을 캐내려던 야당 의원들은 김 총리에게서 속 시원한 답변을 듣는 데 실패했다. 한나라당과 총리실 관계자들은 “그 상황에서 그렇게 할 수 없을 정도로 답변을 잘했다”는 반응이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