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게이트]“외유일정 미묘” “식사자리 수상”… 여야 폭로전 점입가경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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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은 전 정권(김대중-노무현 정부), 민주당은 현 정권을 향해 폭로의 화살을 무차별적으로 날렸다. 우연히 식사를 함께한 것도, 해외 체류 기간이 비슷한 것도 저축은행 사태 연루 의혹으로 제시됐다. 2일 국회 본회의는 저축은행 사태의 원인과 해법을 찾는 자리가 아니라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장이었다. 》
○ 여, 김진표 겨냥

“무슨 소리 하는 거야”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이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의 부산저축은행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 김 원내대표와 손학규 대표(오른쪽부터) 등 민주당 지도부가 굳은 표정으로 신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무슨 소리 하는 거야”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이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의 부산저축은행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 김 원내대표와 손학규 대표(오른쪽부터) 등 민주당 지도부가 굳은 표정으로 신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날 오전부터 국회 안팎에는 한나라당이 대정부 질문에서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와 관련된 ‘큰 건’을 터뜨릴 것이란 얘기가 퍼졌다. 야당 의원 중 첫 대정부 질문자인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이 우리 원내대표의 의혹을 제기할 거라고 하는데 (본회의 발언의) 면책특권 뒤에 숨어서 하지 말기를 바란다”며 미리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그러나 곧이어 단상에 오른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은 “2007년 김 원내대표의 3차례 캄보디아 방문 중 두 번째(7월), 세 번째(12월) 방문이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포문을 열었다. 신 의원은 “부산저축은행그룹이 1999∼2010년 9개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캄보디아에 설립해 4966억 원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방식으로 투자했는데 그 막후에 김 원내대표가 개입됐다는 현지 경제인의 제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원내대표와 부산저축은행 대주주들이 캄보디아를 방문한 시점이 겹치거나 연관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원내대표가 다녀오면 큰 프로젝트가 움직인 정황을 볼 때 양측이 모종의 사업을 협력해서 진행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신 의원은 대정부질문 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원내대표가 2007년 2월 캄보디아에서 훈센 총리를 만나 ‘캄보디아에 진출한 외국(한국) 기업들에 인센티브를 달라’고 요청해 부산저축은행을 간접 지원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2006년 11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 내외가 캄보디아 국빈방문 시 부산저축은행 김양 부회장도 캄보디아를 방문했으며, 김 부회장은 한명숙 전 총리로부터 저축증대활동에 이바지했다고 표창장까지 받았다”며 부산저축은행과 전 정권과의 관련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본회의 신상발언을 통해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들과 개인적으로 한 번도 만나거나 인사를 나누거나 통화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2007년 2월, 12월 캄보디아에 간 것은 자신이 다니는 교회의 선교행사 때문이었고 그해 7월에 간 것은 한-캄보디아 의원친선협회 공식방문 행사였다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듯 이후 다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본인이 아니면 확인해주지 않는 출입국관리기록을 누가 신 의원에게 줬느냐. 청와대인가 아니면 어떤 권력기관이냐”라며 목청을 높였다.

○ 야, 곽승준 이상득 김두우 겨냥

이석현 의원도 삼화저축은행이 올해 2월 우리금융지주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정권 실세 등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다시 제기했다. 이 의원은 “1월 삼화저축은행 위기 당시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구속 기소)과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식당에서 회동한 후 삼화저축은행이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금융에 인수돼 살아났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에게 삼화저축은행 구명 로비를 했다는 말도 있다. 또 영포목우회(영일·포항 출신 고위공무원 모임) 회장이었던 박명재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2010년 봄 부산저축은행이 금융감독원과 감사원 조사를 받을 때 부산저축은행 측 부탁을 받고 ‘영포라인’의 인맥을 통해 사태를 무마했다는 정보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 로비스트로 알려진 박태규 씨를 거론하며 “박 씨가 김두우 대통령기획관리실장과 만난 자리에서 김양 부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한 후 김 실장을 바꿔주자, 김 실장이 김 부회장에게 ‘얘기 잘 알았다’라고 했다는 게 검찰의 김 부회장 조사에서 나온 얘기”라고도 했다. 김 실장은 앞서 자신과 박태규 씨와 교분이 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 “공작정치는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반박한 바 있다.

이상득 의원은 기자들에게 “나는 저축은행과 관련된 사람을 한 명도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저축은행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다”며 “이석현 의원이 의혹을 거론한 것은 무책임한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

곽승준 위원장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코오롱 이 회장이 밥을 먹자고 해서 함께 갔고 신 명예회장은 옆 자리에 있다가 합석했지만 나는 잘 모르는 사람이어서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며 “테이블도 홀에 있었다.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했다면 룸에서 하지 홀에서 하겠느냐”라고 일축했다.

○ 박지원 대 정진석


정두언 의원 “정진석이 신삼길 도왔다는 박지원 주장 사실 아니면 朴, 정계 떠나야 할것”
정두언 의원 “정진석이 신삼길 도왔다는 박지원 주장 사실 아니면 朴, 정계 떠나야 할것”
청와대 관계자는 2일 “박 전 원내대표가 (전날) ‘신 명예회장이 부산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서 (사실상 부산저축은행 돈으로) 삼화저축은행을 인수했다’며 ‘정진석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무슨 역할을 했는지 밝히라’고 했는데 금융당국의 확인 결과 인수자금은 부산저축은행 돈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측은 “신 명예회장이 삼화저축은행을 2004년에 인수할 때 180억 원을 썼다. 그 돈 가운데 80억 원은 홍콩계 투자자금, 50억 원은 신 명예회장 개인 돈, 50억 원은 금지금(金地金·원재료 상태의 금) 수입회사에서 대출받은 것으로 부산저축은행이나 대주주 돈이 1원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신 명예회장은 과거 금 관련 사업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신 명예회장이 정 수석의 도움을 받아 부산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삼화저축은행을 인수했다는 박 전 원내대표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면 박 의원은 결국 정계를 떠나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정책위원회 보도자료를 통해 “인수위원회와 대선캠프, 소망교회 등 이명박 정부와 관련된 인사 53명이 현 정부에서 은행 등 금융기관 임원이나 사외이사로 금융계에 ‘낙하산’으로 진출했다”고 주장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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