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불법 베팅업체의 사주를 받은 유령업체가 N리그 A구단의 스폰서로 참여해 승부조작에 관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프로축구 선수 출신으로 최근까지 K리그에서 뛴 K 씨는 “이미 당시에도 소문이 파다했다”고 전했다. 그는 “A구단은 물론이고 C구단 등 재정이 어려운 구단은 거의 대부분 승부조작과 연관이 있다는 소문을 선수들은 믿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중국 자본이 재정이 열악한 구단에 접근했다는 사실은 이번 프로축구 승부조작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최근 구속되거나 조사를 받고 있는 선수 대부분은 아무래도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시민구단 소속이다. 연봉이 상대적으로 적은 구단의 선수들에게 접근해 거액을 제시해 승부조작을 거절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현역 선수들이 구속되고 선수 출신으로 브로커 역할을 했던 인물이 자살해 걷잡을 수 없는 파문을 일으키는 승부조작이 이미 오래전부터 축구계에 뿌리 깊게 박혀 있다는 증언들이 잇따르는 것이다.
감독이 직접 승부조작을 한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N리그 현역 사령탑인 B 감독은 “어느 날 상대 감독이 나를 찾아와 ‘이번에 져줘라. 그러면 후기 리그 때 우리가 져주겠다’는 제안을 해 깜짝 놀랐다. 이런 제안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 감독이 승부조작에 관여했는지 모르겠지만 황당한 제안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A구단이 승부조작을 한다는 것을 알고 그 구단 출신 선수는 한 명도 받지 않았다. 재정이 열악한 구단은 팀을 살리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작은 유혹에도 쉽게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B 감독은 “승부조작을 선수들끼리 할 때도 있다. 재정 상태가 어려운 구단 선수들에게 ‘이번에 져주면 우리가 몇백만 원 줄게’라고 제안하고 그게 받아들여지면 불법 사이트에 베팅을 하고 딴 돈으로 상대 선수들에게 돈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돈은 걸려 있지 않지만 ‘져주기 승부조작’은 축구계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한 축구인은 “요즘 U리그(대학리그)에서는 홈에서 이기고 원정에서 져주는 승부조작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홈에서 경기할 때 총장을 비롯해 학교 관계자들이 다 나와 관전하니 패하거나 비기면 체면을 구기니까 홈팀이 이기도록 도와주면 다음 원정 때는 져주는 방식이다. 격렬하게 싸우고 두 경기를 비길 경우 승점은 2점이지만 한 번 이기고 한 번 지면 서로 승점 3점을 챙길 수 있다. 이런 담합 승부는 대학뿐만 아니라 초중고교 리그에서도 공공연히 일어난다는 게 축구인들의 증언이다.
심판들에 의한 승부조작도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다. 서울의 한 고교축구 감독은 “심판이 상전이다”라며 울분을 털어놓았다. 한 고위 심판이 경기에 들어가는 후배 심판들에게 “이 팀 신경 좀 써”라고 말하면 특정 팀을 이기게 해주라는 메시지란다. 이렇다 보니 초중고교 감독들이 그 심판에게 잘 보이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경기 전 학부모들에게 돈을 걷어서 전달하는 것은 기본이고 식사 접대, 선물 등을 꾸준히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B 감독은 “문제는 대학은 물론이고 중고교 선수들도 불법 사이트에서 베팅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포츠 불법 도박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다 있다. 그 정도가 문제다. 특히 학생 선수들이 직접 참여하는 것은 한국 축구가 망해간다는 것이다.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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