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순박한 제주 인심 담긴 음식 만들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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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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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장수건강식 자연요리 전문가 재일교포 3세 강가자 씨

28일 개관 기념행사를 연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가시리문화센터.

이 문화센터에 들어설 예정인 ‘로컬 푸드’ 전문점에서 미니 시식회가 열렸다. 메뉴는 ‘식물성 두부크림 타르트’로 다소 생소한 편. 서양식 파이로 보이지만 맛과 향이 색다르다. 제주산 땅콩, 레몬을 비롯해 통밀 두유 등이 원료다. 여기에 제주산 블루베리를 얹었다.

이 음식은 금세 동날 정도로 지역주민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로컬 푸드 전문점 메뉴 개발을 맡은 재일교포 3세인 강가자 씨(29·여·사진)의 첫 개발품이다.

강 씨는 일본의 장수건강식으로 알려진 ‘마이크로 바이오틱(micro biotic)’ 요리 전문가. 이 요리법은 제철 유기농 채소와 과일, 해조류 등에다 가공하지 않은 현미와 곡류 등을 기본적인 재료로 쓴다. 강 씨는 “음양의 조화를 위해 채소의 껍질, 잎, 뿌리까지 모두 요리에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귤껍질, 당근 잎, 더덕 잎, 해조류 등으로 제주의 냄새가 물씬 나는 요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강 씨는 18세부터 전 세계를 여행하며 토속음식을 연구했다. 한국음식에 매료돼 배화여대에서 궁중음식과 전통요리를 배웠고, 멕시코에서도 2년 동안 요리연구에 몰두했다. 그가 찾은 곳은 유명 레스토랑이 아니다. 여러 나라 전통 재래시장에서 지역 사람과 부대끼며 ‘맛’을 찾았다. 이 때문에 강 씨 요리는 국적이 없다. 그저 햇살과 땅의 기운을 담은 ‘자연요리’로 불린다.

강 씨는 동일본 대지진, 원전 사태 등으로 수많은 생명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을 보고 한때 실의에 빠져 요리 개발에서도 손을 뗐다. 지인의 추천으로 제주의 농촌마을인 가시리에 오고 나서 마음을 고쳐먹었다. 강 씨는 “순박한 인심과 깨끗한 자연을 마주하면서 다시 시작하고픈 열정이 생겼다”며 “2개월의 계약기간을 연장해 누구나 즐겨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제대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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