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성동구 ‘국제결혼 이민자 국적취득 지원교실’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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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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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에 다는 태극기 조기와 먹는 조기를 헷갈리지 마세요”

한국 남성과 국제 결혼한 다문화가정 주부들이 4일 오후 서울 성동구 홍익동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열린 ‘국적취득교실’에 참가했다. 참가자 10여 명이 수업시간에 그린 태극기를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성동구 제공
한국 남성과 국제 결혼한 다문화가정 주부들이 4일 오후 서울 성동구 홍익동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열린 ‘국적취득교실’에 참가했다. 참가자 10여 명이 수업시간에 그린 태극기를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성동구 제공
“먹는 조기가 아니에요. 면접시험에 나올 수 있으니 잘 기억하세요.”

다양한 피부색의 학생들 앞에서 강사가 현충일처럼 조의를 표해야 하는 국경일에 다는 국기를 의미하는 ‘조기’를 설명하자 학생들의 눈이 반짝였다. 4일 오후 서울 성동구 홍익동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모인 10여 명의 학생은 다름 아닌 한국인 남성과 국제결혼을 한 다문화가정 여성들. 이들의 국적 취득을 돕기 위해 서울 성동구가 발 벗고 나섰다.

○ 교육프로그램으로 국적 취득 도와


이날 수업에서 중국 루마니아 베트남 필리핀 등 각국에서 온 여성들은 한국어로 진행된 강의를 집중해서 들었다. 총 5회에 걸쳐 1주일에 두 번, 하루에 2시간씩 진행되는 수업이다. 이날은 대한민국에 대한 소개를 집중적으로 했다. 지도에 행정구역별로 색깔을 칠해가며 각 도 이름을 외우는가 하면 태극기에 숨겨진 의미에 대해서 배웠다. 서울시 25개 자치구가 그려진 지도에 구 이름을 열심히 적어가며 입으로는 계속 웅얼웅얼 암기를 했다.

단순히 암기식 교육만 이뤄지는 건 아니다. 외국인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 고유 문화와 정서를 배우는 과정이 마련돼 있다. 일제강점기에 독립만세운동을 벌였던 3·1절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난 학생들은 “이제야 왜 한국 사람들이 일본과 축구 경기만 하면 열심히 응원하는지 알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학생들은 결혼 5년차 이상의 베테랑 주부부터 한국에 온 지 두 달도 채 안 된 새내기 주부까지 다양했다. 올해 3월 루마니아에서 한국에 온 지나 고캄 씨(22·여)는 “아직 한국말이 서툴러 언어도 배우고 문화도 배울 겸 수업을 듣고 있다”며 “수업이 만족스러워 5회 과정이 끝나면 또 등록해서 배우러 오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에 온 뒤 다섯 살짜리 딸을 낳아 기르고 있는 필리핀 출신의 님파 불라완 씨(31·여)는 이날 “수업을 열심히 들어 국적 취득 면접시험에 꼭 합격해 나중에 한국 어린이집에서 일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 국적 취득 지원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


일반 귀화자와 달리 결혼이민자는 필기시험 없이 면접만 통과하면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하지만 혼인귀화를 하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최소한 2년 이상 살아야 하는 등 여러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또 면접 응시 횟수가 두 번으로 제한돼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성동구는 관련 서류 작성 요령부터 모의 면접시험, 면접을 치러야 하는 출입국관리사무소까지 차량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국적 취득 면접 응시자들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서울시내 자치구 가운데 이런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은 성동구가 유일하다.

성동구는 국적 취득 교육프로그램 운영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다문화가정 이주민들을 지원하고 있다.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 취득 과정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4월부터 8월까지 매주 토요일 운영하고 있다. 한국어능력시험 3급 자격증 취득도 돕고 있다. 8월부터 12월까지 직접 이민자 가정을 찾아 입국한 지 5년이 안 되는 결혼 이민자와 만 12세 이하 자녀 등을 대상으로 어휘, 문법 등 한국어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매달 요리교실을 열어 같은 동네에 사는 다문화가정 주민끼리 친목을 다지게 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성동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02-3395-9445)로 하면 된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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