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편찬위, 고교 한국사 교과서 6종 분석 “내용 오류 많고 짜깁기… 서술도 가독성 떨어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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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진 전문성 도마에 올라… 집필자 “좌경매도 공동대응”

국사편찬위원회(국편)가 올해부터 고등학교에 배포된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사실 오류가 다수 발견됐다”는 내용의 감수 결과를 내놓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 교과서 내용의 편향성에 이어 집필진의 전문성도 도마에 오른 셈이다.

본보가 9일 한나라당 권영진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국편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검정을 통과한 한국사 교과서 6종을 감수한 결과 ‘교과서 대부분에서 내용상의 오류가 있었고 서술에도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국편은 이런 내용의 감수 결과 의견서를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하면서 ‘교과서는 시대별로 전공자, 현장교사 등이 함께 저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감수 과정에서 특히 문제가 된 부분은 사실 오류다. 국편에 따르면 이번 검정 교과서들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 등 선사시대의 시기를 통일하지 않은 종전 국정 교과서의 오류를 답습했다. 역사 연표도 정확하지 않았고, 시대사별 사건 지도 역시 국정 교과서를 베끼는 수준에 그쳤다.

집필진은 학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자료를 인용할 때도 원자료를 활용하지 않았다. 국편은 “자료를 인용할 때는 엄격성이 필요한데 사실을 보여주는 1차 자료가 아닌, 연구자의 개인 시각이 들어간 2차 가공 자료나 신문기사를 인용했다”고 지적했다.

교과서 구성과 서술에도 문제가 있었다. ‘교과서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서술과 만연체 문장으로 가독성이 떨어져 학생들이 역사를 외우는 과목으로 생각하게 한다. 역사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국편은 분석했다.

또 역사 교육 과정과 내용에 대한 고민 없이 기획돼 우리 민족의 문화 발전이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사회사 생활사 경제사에 대한 내용은 별로 없고 정치사 위주로 서술돼 있다고 지적됐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교과서 검정 및 감수 과정을 지켜보면 집필 원본의 수준이 심각하다는 걸 절감한다”며 “기존 국정 교과서를 짜깁기해오는 저자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편향성 논란이 계속되자 집필자 37명은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 협의회’를 만들어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협의회를 주도하는 주진오 상명대 교수는 “집필자 개개인에 대해 근거 없이 친북 또는 좌경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매도하는 데 대응하기 위해 협의회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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