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모대학, 후배 얼차려·구타 ‘물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5일 00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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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의 모대학교 체력 단련실에서 선배 학생들이 후배들을 모아놓고 구타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공개돼 대학 측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이 대학은 3년 전 새 학기를 앞두고 무도계열 학과 신입생이 선배들에게 구타를 당한 후 학교 체육관에서 체력훈련을 받다 숨져 물의를 빚기도 했다.

한 방송사를 통해 24일 공개된 영상에는 이달 초 이 대학 경호학과 '06학번' 선배들이 학교 체력 단련실에 '07~11학번' 후배 100여명을 집합시킨 뒤 선배를 몰라보고 인사도 잘 하지 않는 등 버릇이 없다며 폭언을 한 다음 엎드리게 한 후 한명씩 몽둥이로 때리는 장면이 담겼다.

머리를 바닥에 박고 엎드려 있는 속칭 '원산폭격' 얼차려를 받고 있는 학생들이 선배의 발에 걷어차여 고꾸라지는 장면도 나온다.

선배 여러 명이 동시에 후배 한명의 뺨을 때리고 머리를 잡아 흔드는가 하면 여자 후배에게도 이런 식의 구타가 이어졌다.

이 같은 구타는 '06학번→07학번→08학번' 순으로 선배들이 한 학번 후배들을 주로 때리는 식으로 3시간여 동안 이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매질을 한 몽둥이가 부러지기도 했다.

선배들로부터 구타를 당하고도 후배들이 연신 "고맙습니다"라며 큰 소리로 복창하는 모습에서는 폭력조직이 조직원들의 결속을 위해 매질을 하며 '군기를 잡는' 영화 속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대학 측은 지난 22일 한 방송사로부터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 진상조사에 착수했으며 조사가 끝나는 대로 징계위원회를 열어 관련자를 징계할 방침이다.

대학 관계자는 "현재까지 조사된 바로는 경호학과 선배들이 후배들 버릇을 고쳐준다는 이유로 집합시킨 후 얼차려를 시키고 구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경위를 떠나 구타 장면이 담긴 증거가 나온 이상 관련자 징계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대학에서는 3년 전 선배의 구타 이후 후배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후 교내 구타를 근절하고자 지속적인 단속과 교육을 했다고 밝혔지만 집합과 구타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 측은 "재학생 6000여명 가운데 1500여명이 체육, 무도계열 학과 학생들로 훈련장소가 많고 훈련 도중 순간적인 기합과 얼차려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 학생 지도에 어려움이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근본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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