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공지영 씨, 강력형사로 전업?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1일 09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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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으로서 평소 느껴온 경찰 이미지가 실제와는 많이 다르네요."

20일 저녁 10시부터 21일 오전 9시 사이 서울 서대문경찰서에는 특별한 '일일 강력형사'가 나타났다.

소설가 공지영(48) 씨는 서대문서 김맹호(45) 강력팀장이 지난 12일 트위터에 "경찰서에서 형사 체험하고 싶은 분 모집합니다"라고 올린 글을 보고 일일 강력형사를 자원, 이날 경찰들과 야근을 함께했다.

공 씨는 김 팀장과 형사들을 따라 한밤에 연희동, 대현동, 북아현동, 이화여대 인근 등 관내 순찰을 하고 신촌 도난사건 현장에 출동하는 등 지난 30년간 살았던 서대문 지역의 구석구석을 경험했다.

야근 동안 형사들과 똑같이 새벽 4시부터 1시간30분정도 '쪽잠'을 자기도 했다.

21일 서대문서에서 만난 공 씨는 "일반인으로서 평소 느껴온 경찰 이미지가 실제와는 많이 다름을 실감했다"며 "난생처음 앉은 채로 잠들 정도로 일이 고되더라"고 말했다.

공 씨는 "직장인으로 보이는 여성 뒤에서 덩치 큰 남성 2명이 걷는 것을 본 김 팀장이 '좀 더 일찍 다니지…'라고 걱정하는 모습, 피의자를 조사할 때 느긋하게 안심시키면서 살살 구슬려서 자백하게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년간 가장 많이 바뀐 게 경찰과 화장실인 것 같다. 우리나라 경찰이 그동안 정말 많이 변했고 이해관계로 사람을 대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서대문서가 제가 다닌 연세대 관할 경찰서인데 예전에 근처 서대문극장에서 친구를 기다리면서 연세대 교훈인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를 '진리가 너희를 서대문으로 데려가리라'로 바꿔 말하며 농담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날 발이 화끈거릴 정도로 5시간 가까이 도보 순찰에 동행한 공 씨는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연희동과 산꼭대기에 있는 북아현동 순찰을 하면서 빈부격차를 실감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던 신촌에 모텔이 얼마나 많은지 처음 알게 됐습니다. 고시원에서 컵라면을 사 먹거나 밤거리에 깡통 주우러 다니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면서는 '먹고 살 만한 기성세대'로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공 씨는 "모텔촌은 너무 화려한데 젊은 사람들의 삶은 '고시촌' '쪽방'에 치우쳐있는 느낌을 받았다"며 "하루를 즐기는 공간이 그 정도인데 젊은 사람들의 주거 환경은 그렇지 않아 기형적인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공 씨는 "이전부터 경찰을 주인공으로 한 추리소설을 쓰고 싶은 바람이 있는데 이날 경험이 언제 어떤 식으로 반영될지 모르지만, 강력팀 형사를 처음 본 느낌, 복장, 말투를 다 기록해놨다가 잘 활용하겠다"고 했다.

그는 "영화처럼 신고받고 출동하는 장면을 꼭 보고 싶었는데 아쉽다"며 "평소엔 밤에 빨리 집에 가려고 하지 밤거리를 맨정신으로 돌아다닌 건 거의 처음이었다"며 "체험하지 않고 신문 등에서 보던 것과 너무 달라 간접경험에 한계가 있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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