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가랑비’ 우려 출근길 시민 종종걸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7일 09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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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에 모자, 마스크, 장화로 중무장하기도

7일 오전 출근길 서울지역에 가랑비가 내리면서 '방사능 비'를 우려한 시민들은 우산을 받쳐 쓰고 일터로 종종걸음을 쳤다.

이날 비는 가랑비가 오락가락하는 정도였지만 시민들은 전날까지 나흘째 전국 곳곳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에 조심스레 비를 피했고 마스크를 쓰거나 우비를 챙겨 입기도 했다.

회사원 오미영(31) 씨는 출근길에 우산을 쓰고도 우의를 껴입었다. 방사성 물질이 닿은 옷은 다시 입지 못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노량진역에서 만난 오 씨는 "방사능과 황사 때문에 이번 비를 맞으면 안된다고 해서 어제 퇴근길에 우의를 샀다. 계속 입어야할 것 같아서 튼튼해 보이는 걸로 골랐다"고 말했다.

청량리역 환승센터에서 우산을 쓰고 버스를 기다리던 경은자(47) 씨는 "정부에서는 방사능이 해롭지 않고 미세하다고 하는데 미덥지 못해 유비무환의 자세로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고 했다.

지하철역 출구에서는 우산이나 비옷이 잘 팔렸다. 서초고 1학년 김현수(17) 군도 깜빡하고 집에 우산을 두고 와 서초역 매점에서 우산을 새로 구입했다.

김 군은 "이 정도 비에 예전 같으면 옷에 달린 모자를 쓰고 뛰어갔겠지만 걱정돼서 우산을 샀다. 옷 입었는데도 (방사선이) 뚫고 들어오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각급 학교에서는 며칠 전부터 등굣길에 우산을 꼭 챙겨 비를 맞지 말라며 학생들에게 신신당부를 했고 서울지방경찰청은 '비가 오면 전의경들의 외부 활동을 자제시키라'고 일선 경찰서에 지시했다.

성동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부모가 우산과 모자, 마스크, 장화로 '중무장'한 자녀를 팔로 감싸안고 건물 안까지 바래다주는 모습도 목격됐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이 있다는 채유리(37·여) 씨는 "이럴 때 수업을 안해야 하는 것 아닌가. 휴교해야 한다"며 "방사능에 대한 피해 대책이나 시민들의 대처법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 같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막연히 불안해하기보다는 인체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말을 믿고 평소와 다름 없이 출근길에 나선 시민도 많았다.

서대문역 근처에서 이슬비를 맞으며 직장으로 향하던 회사원 박의현(43) 씨는 "비가 많이 오는 것도 아니고 귀찮아서 우산을 안 썼다"며 "방사능 비는 별로 걱정이안된다. 비가 더 많이 오면 우산을 사겠지만 방사능 때문에 굳이 우산을 준비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이화외고 1학년 홍유경(14)양도 "방사능 비라고 해서 처음에는 좀 무섭기도 했지만 지금은 별로 걱정이 안된다. 전문가들이 비 맞아도 별로 이상 없다니까 신뢰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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