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에듀투어]‘있을 건 다 있는’ 100년 전 장터 속으로

  • 동아일보

국밥집··· 엿장수··· 특산물···

가수 조영남의 노래를 계기로 관광지로 새롭게 태어난 ‘화개장터’ 모습. 전라도와 경상도를 이어주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전통시장 중 한 곳이다.
가수 조영남의 노래를 계기로 관광지로 새롭게 태어난 ‘화개장터’ 모습. 전라도와 경상도를 이어주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전통시장 중 한 곳이다.
《재래시장, 대형마트, 백화점, 전문상가, 온라인마켓까지 시장의 모습은 다양하다. 5일장이 조상들의 대표적인 시장이었다면 온라인마켓은 현대적인 시장의 상징이다. 경제와 전통생활 모습에 대해 배우기 시작한 학생이라면 주말을 맞아 전통시장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시장의 역할과 전통시장의 변화, 가격의 형성 과정에 대한 생생한 현장체험을 할 수 있다. 시장에 관해서는 ‘고장의 모습’(3학년) ‘여러 지역의 생활’(4학년) ‘우리경제의 성장과 과제’(6학년) 등 초등 전 교과에 걸쳐 배운다.》

“딩동! 택배 왔어요.”

“어제 인터넷서점에 주문한 책이 벌써 왔네. 옛날 같으면 책방에 가야 하고 그나마 재고가 없으면 꼼짝없이 며칠은 기다려야 했는데…. 세상 편해졌어.”

인터넷서점이 언제부턴가 엄마의 단골서점이 됐다. 편리함과 책값 할인을 내세운 인터넷서점 때문에 동네서점은 거의 다 문을 닫았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 가져온 시장의 변화다.

“엄마, 인터넷서점도 시장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그럼 시장이지. 소비자, 판매자, 생산자가 있잖아. 인터넷서점과 동네서점과의 차이점은 뭘까?”

“인터넷서점은 컴퓨터 세상 속에 있으니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볼 일이 없죠.”

시장은 상품이나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과 공급해주는 사람이 만나는 곳이다. 생산과 소비가 연결되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이 거래된다. 전통적인 시장에서는 사람, 상품, 공간이 필요했지만 인터넷쇼핑몰, TV홈쇼핑 같은 새로운 시장에서는 기존 틀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

○ 전통시장이 들어선 곳의 공통점을 찾아라!

전라도와 경상도를 이어주는 화개장터(경남 하동군 화개면 탑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시장 중 한 곳이었다. 섬진강을 따라 올라온 남해 해산물과 지리산에서 나는 임산물, 인근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 만나 예로부터 물산이 풍부했다.

“전통시장은 원래 5일장이잖아요. 그런데 오늘이 장날이에요?”

“원래는 매월 1, 6일이 장날이었대. 그런데 교통이 발달하고 시장환경이 바뀌면서 거의 문을 닫았다가 가수 조영남이 ‘화개장터’라는 노래를 부른 뒤 다시 살아났다지?”

유래비에는 “영호남인이 어우러져 정감이 가득하고 김동리의 소설 ‘역마’의 배경이며 조영남의 노래로 널리 알려진 이곳을 1997년부터 4년에 걸쳐 복원했다”고 적혀있다. 전통시장이 갈수록 힘을 잃어가는 판에 죽었던 전통시장이 관광지로 회생한 보기 드문 경우다.

“노래의 힘이 대단하네요. 그런데 장은 좀 엉성하게 느껴지는데요.”

“그건 네가 현대화된 시장에 익숙해졌기 때문이야. 100년 전으로 돌아가 장을 구경한다면 정말 신기하게 느꼈을 거야. 화개장터 가사처럼 ‘있을 건 있고 없는 건 없는’ 장이지.”

장은 장이었다. 국밥집이 있고 엿장수가 있고 대장간이 있다. 손님을 부르는 소리도 있다. 재첩국, 녹차, 산나물 등 특산물도 있다.

“저기 보부상을 새긴 석상이 있네. 보부상이 뭔지 알지?”

“보상은 봇짐상수, 부상은 등짐장수예요. 보상은 옷감 종이 바늘 등 부피가 작은 물건을 보자기에 싸거나 질빵에 걸머지고 다녔고, 부상은 소금이나 토기 등을 지게에 지고 장을 돌아다녔죠. 이들을 장돌뱅이라고도 하잖아요.”

전통시장은 대개 5일장이었다. 5일장은 인근 지역을 번갈아 가며 자연스럽게 들어섰다. 대개는 사람들이 하루에 장을 볼 수 있는 거리인 30∼40리(약 12∼16km) 간격으로 생겼다. 생산력이 증가하고 인구가 늘어나며 화폐경제가 급속하게 발달하기 시작한 조선 후기에는 전국적으로 장이 1000개가 넘었다고 한다.

○ ‘난장판’의 유래는 무엇?

“그런데 훈아, 시장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처음엔 사람을 찾아다니면서 물물교환을 하다가 차츰 일정한 장소를 정해 모이게 된 게 아닐까요?”

“맞아. 생산도구나 기술이 발달하면서 생산물이 늘어나자 자연스럽게 장이 선 거지. ‘난장판’이라고 들어봤지? 장이 새로 들어설 경우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시골에서 정한 장날 이외에 특별히 며칠간 터놓은 난장을 벌였는데 여기서 난장판이란 말이 생겼대.”

“전통시장은 주로 어디에 들어섰을까?”

“화개장터처럼 교통이 편리해 사람이나 물건이 오가기 쉬운 곳이죠.”

“강을 끼고 있는 곳이 많아. 그때는 강이 주요한 교통로였으니까. 장이 서면 분위기를 돋우고 손님을 끌기 위해 놀이판을 벌였어. 대표적인 게 송파산대놀이, 양주별산대놀이, 목계별신제, 동래야유, 통영오광대야.”

“특산품인 재첩을 좀 사가야지. 그런데 상품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지 아니?”

“팔려는 사람이 많으면 내려가고 적으면 올라가죠. 상대적으로 물건이 많으면 내려가고 적으면 올라가요.”

“이런 것을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해. 애덤 스미스란 경제학자가 말했어.”

시장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 각종 정보가 오가는 장소였다. 경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반역자들을 처형하는 장소로도 이용됐다. 근현대에 접어들어서는 각종 집회와 궐기대회 장소로 사용되기도 했다. ‘가는 날이 장날’ ‘망건 쓰자 파장’이라는 시간의 중요함을 알리는 속담의 진원지였다.

“전통시장은 왜 살아남지 못하고 사라졌어요?”

“시장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지.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지리적인 이점이 사라져버렸고 생산물도 바뀌고 소비자의 기호도 달라졌어. 인터넷세상이 올 줄 20년 전만 해도 예상했겠어? 하지만 전통시장을 보존하려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해. 다음 시대엔 시장이 또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르지만.”

조옥남 ‘특목고, 명문대 보낸 엄마들의 자녀교육’ 공동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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