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무원노조 소속 직원과 학생 등 200여 명이 31일 대학 본부 건물 4층 복도를 점거한 뒤 오연천 서울대 총장 사무실 출입문을 봉쇄한 채 총장과 보직 교수들을 감금해 물의를 빚고 있다.
서울대 측에 따르면 공무원노조 측은 이날 오후 3시 15분경부터 대학 본부 4층에서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준비위원회(설립준비위)’에 “노조 직원의 이익을 대표할 수 있는 인사를 설립준비위에 직접 참여시키거나 노조에 위원을 추천할 권리를 달라”고 요구하며 이날 밤 12시가 넘도록 농성을 벌였다.
그동안 서울대의 법인화 자체를 반대해온 공무원노조 측은 “서울대 법인화 과정에서 학교 측에 대화를 요구했으나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측은 “서울대 법인 설립준비위는 서울대 장기발전과 도약의 기반을 닦기 위한 것으로 경륜을 갖춘 인사가 참여해야 한다”며 “직원 노조나 학생 등 각 학교 구성원 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곳이 아니어서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 노조 “법인되면 신분 불안” 실력행사 ▼
그러나 서울대는 “앞으로 노조 등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노조와 지속적으로 대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31일 오후 서울대 공무원노조 조합원 등 서울대 법인화에 반대하는 교직원과 학생들이 대학본부 4층 행정관 회의실 입구를 막고 “법인화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하지만 노조 측은 “오 총장이 미리 약속을 해야 한다”며 오 총장을 감금했다. 노조 측은 이날 오후 11시 20분 현재 오 총장과 각 단과대 학장과 본부 처장 등 15명 안팎의 보직교수들을 총장실에 감금한 채 나가지 못하게 했다. 오 총장은 앞서 이날 저녁 귀가를 시도했으나 노조 측에 밀려 귀가하지 못했다.
이날 서울대노조의 농성이 계속되면서 학생과 행정안전부의 공무원노조 등도 합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서울대가 법인화할 경우 공무원 신분을 유지할 수 없게 되는 점을 우려해 법인화를 반대해왔다.
서울대는 앞서 이날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준비위원회’를 구성해 발표했다. 법인 서울대의 정관을 작성하고 최초의 이사·감사 선임, 법인 설립 등기 등의 업무를 맡게 되는 설립준비위는 학내위원 7명과 학외위원 8명 등 15명으로 구성됐다. 이 위원들은 대부분 법인 서울대의 초대 이사회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설립준비위 학외위원으로는 아시아인 최초로 아이비리그 총장에 취임한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 이홍구 전 국무총리,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서정돈 성균관대 이사장, 안병우 전 충주대 총장, 서지문 고려대 교수, 송광수 전 검찰총장, 변대규 휴맥스 대표이사 등 8명이 위촉됐다.
학내 위원은 당연직 위원장인 오연천 총장과 박명진 교육부총장, 이승종 연구부총장,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원장인 노태돈 교수(국사학과), 교육부장관을 지낸 문용린 교수(교육학과), 왕규창 의학과 교수, 평의원회 부의장인 이준규 교수(물리천문학부) 등 7명이다.
오연천 총장 서울대는 앞서 지난해 12월 서울대 법인화법 제정 공포안이 통과된 뒤부터 법인화를 위한 준비작업을 해왔다. 이후 학내로는 법인화방대공동대책위원회와 서울대 교수협의회, 학외에서는 전국 9개 거점 국립대학 교수회와 교수노조 등이 서울대 법인화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법인화 이후 등록금 인상과 기초학문 붕괴 등 국립대학으로서의 역할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08년 중앙대가 두산그룹에 인수된 뒤 인문학과 통폐합, 교양과목 축소 등이 나타났던 것처럼 서울대도 취업 중심 교육에 매몰된 사립대의 폐해를 답습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그동안 국립대라는 특수성으로 등록금 인상에 제한이 있었던 서울대가 법인화 이후에는 등록금을 본격적으로 인상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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