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에게 술을?”…아버지의 ‘독한 교육법’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3일 05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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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술 또 팔면 신고해라"…동네가게 주인 입건

19일 오후 서울 중랑구에 사는 고등학교 1년생 유모(17) 군은 친구들과 마실 술을 사러 동네 가게에 들어갔다.

유 군은 혹시나 미성년자인 자신에게 술을 안팔면 어쩌나 싶었지만, 주인 김모(42) 씨는 앳된 유군의 얼굴을 보고도 신분증 확인은커녕 나이도 묻지 않은 채 웃는 얼굴로 맥주 4병, 소주 2병을 내줬다.

고비를 넘긴 유군은 친구들과 인근 산에 올라 '필름'이 끊어질 때까지 술을 마셨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다음날 찾아왔다.

술을 마시고 정신을 잃었다가 다음날 아침나절이 돼서야 귀가했는데 아버지와 맞닥뜨린 것. 아들이 술을 마셨다는 것을 눈치챈 아버지는 아들을 호되게 꾸짖었다.

훈육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아버지 유 씨는 "가게에서 오늘 또 술을 파는지 가봐라. 술을 사면 바로 경찰에 신고해라"라며 으름장을 놨다.

유 군은 발길을 돌려 가게로 가서 소주 한 병을 계산대에 올려놨다.

주인 김 씨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아무 의심 없이 술을 내줬고, 술을 산 유 군은 망설이던 끝에 갖고 있던 휴대전화로 112에 신고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두 차례에 걸쳐 미성년자에 술을 판매한 김 씨를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김 씨는 경찰에서 "(유군이) 사복을 입고 들어와 학생인지 아닌지 아무런 의심도 못했다. 손님에게 무조건 친절하게 대한다는 생각으로 물건을 판것뿐이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모로서 자식 교육을 하려는 마음에 그런 것 아니겠냐"며 '엄격한 교육법'에 혀를 내둘렀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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