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편지’ 조작 왜?…처벌 가능성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6일 10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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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전문가 "망상장애 문제수의 작화"경찰 "재판부에 보낸 편지라 처벌 어려울 듯"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16일 '장자연 편지'가 고(故) 장자연 씨의 친필이 아니라는 필적감정결과를 발표함에 따라 장씨로부터 편지를 받았다고 주장한 교도소 수감자 전모(31·가명 왕첸첸) 씨의 자작극에 무게가 실리게 됐다.

50통 231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장자연 편지'를 전씨가 조작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물리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범죄전문가들은 장기간 독방을 쓴 '망상장애' 문제수라면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자기의 공상을 실제의 일처럼 말하면서 자신은 그것이 허위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정신병적인 증상인 작화(作話)로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전씨와 장씨가 전혀 만날수 없는 인생행로였고 전씨의 정신과 치료기록도 있는 등 여러 경찰조사결과를 보면 전씨는 편집증적 망상장애로 보인다"며 "독방을 쓰며 교도소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문제수들이 조작한 편지를 보내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서 죽은 사람의 원혼을 풀어줘야한다는 사명을 띤 것으로 착각할 수 있고, 200쪽이 넘는 편지를 쓰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조은경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는 "전씨가 망상장애일 가능성이 크지만 국내 카지노계 거물의 아들이라고 동료 수감자까지 속인 것으로 봐 병적이고 치밀한 거짓말쟁이로도 볼 수 있다"며 "남들의 주목을 받을 때 쾌감을 느끼고 심리적인 만족감을 갖는 성격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발신지가 드러나는 편지봉투 소인을 훼손하는 등의 용의주도함도 이런 성격으로 분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망상장애의 전씨가 장씨 자살사건과 관련한 언론보도를 집중적으로 본 뒤 장씨 필체를 모방하고 작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전씨는 전씨 자살 후 2년 동안에 17개월이나 독방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 씨 본인이 자작극이라고 자백하더라도 형사처벌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 씨는 지난해 장 씨 사건 재판부에 제출한 편지에 장씨가 언론사 대표, 대기업, 기획사, 감독 등으로부터 술 접대와 성 상납을 강요당했음을 암시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에 따라 형법상 '사자의 명예훼손'죄가 검토될 수 있으나 전 씨는 편지를 재판부에 제출했을 뿐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했다'고 볼 수 없어 경찰은 사자의 명예훼손죄를 적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도 전 씨가 수사기관에 장씨 편지를 보냈다면 처벌이 가능하지만 탄원서 형식으로 법원에 냈기에 사법처리가 만만치 않다.

타인의 자격을 모용(冒用)하여 권리.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문서 또는 도화를 작성한 경우 적용되는 '자격모용에 의한 사문서의 작성'죄도 편지의 경우 권리, 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문서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위조 또는 변조한 증거를 사용한 자를 처벌하는 '위증과 증거인멸의 죄'의 경우 재판부가 편지를 증거로 채택하지는 않았지만 경찰이 사법처리를 위해 관련 법조항 적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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