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첫 지진해일 훈련… 주민 참여적고 우왕좌왕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6일 03시 00분


“주민 여러분! 일본 혼슈(本州) 아키타(秋田) 서북쪽 125km 지점인 동경 139.4도, 북위 42.7도 해역에서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15일 오후 2시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바닷가. 지진 발생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울리면서 주민 대피훈련이 시작됐다. 이날 훈련은 일본에서 지진이 발생한 상황을 상정해 실시된 제383차 민방위 훈련. 동해안 일대에서 진행한 시범훈련 가운데 하나다.

이날 훈련이 실시된 서생면은 기존 고리원전 1∼4호기와 신고리원전 1호기 등 원전 5기가 가동되고 있는 지역. 훈련 상황과 같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면 주민의 신속한 대피가 가장 필요한 곳이다.

하지만 이날 훈련에서 주민의 긴장감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훈련에 참가한 일부 주민은 대피소로 나 있는 갈림길 중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해안도로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차량이 질주했다. 울산과 부산을 오가는 시외버스에서는 훈련시간 중 승객이 타고 내렸다.

같은 시간에 강원 양양군 수산항에서 벌어진 훈련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지진 및 해일 피해가 우려되니 도하리 마을회관으로 대피하라”는 계도 방송에 따라 훈련이 시작됐지만 주민과 관광객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서로 멀뚱멀뚱 바라볼 뿐 거의 훈련에 참여하지 않았다.

임원항에서 벌어진 훈련도 마찬가지였다. 임원항은 1983년 5월과 1993년 7월 일본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했던 곳이다. 민방위대원의 유도에 따라 대피하는 주민은 30명 안팎에 불과했다. 나머지 주민은 민방위대원의 유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상을 계속했고 횟집에서 식사를 하던 관광객 대부분도 훈련에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대피훈련에 참가하고 건어물상가로 돌아온 한 상인은 “실제로 해일이 왔다면 신발도 버리고 산으로 뛰어 도망갈 사람들이 훈련에는 참가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한빈 양양군 건설방재과장은 “지진해일 훈련 계획이 급하게 잡히다 보니 주민 참여가 매우 낮아 아쉬움이 남는다”며 “앞으로 주민이 훈련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양양=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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