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 입시에서 논술시험을 치르는 대학이 47곳에서 41곳으로 줄어든다. 논술만으로 신입생을 뽑는 대학은 하나도 없고, 논술을 반영해 뽑는 인원은 1만6832명으로 지난해보다 5654명 축소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이런 내용을 담은 ‘대입 주요사항 중 수정사항’을 15일 발표했다. 사교육에 의존해야 하는 논술 비중을 줄여달라는 정부 요청에 따른 조치. 논술과 학생부를 함께 반영하는 전형에서도 대부분 논술의 반영비율이 줄었다.
고려대는 논술만으로 832명을 선발하는 일반전형(우선선발) 계획을 바꿔 논술 비중을 80%로 낮췄다. 일반선발에서의 논술 비중도 60%에서 50%로 낮췄다.
연세대는 논술우수자를 대상으로 하는 우선선발에서 논술의 비중을 80%에서 70%로, 성균관대는 100%에서 70%로 줄였다. 경북대 대구한의대 덕성여대 서울교대 인천대 한국외국어대(용인) 등 6곳은 논술을 없앴다.
교육계에서는 “대학이 교육과학기술부 눈치를 보느라 수치상으로 논술을 줄였을 뿐 큰 의미는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교과부는 교육역량강화사업의 대상 학교를 선정할 때 대입전형을 얼마나 공교육과 연계시켰는지를 반영할 방침이다. 지원금을 받기 위해 대학이 정부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박권우 이대부고 교사(진학 담당)는 “논술 비중을 줄이고 학생부 비중을 높였다고 해서 학생부 실질 반영 비율까지 높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주요 대학은 아직 논술이 있기 때문에 중요도는 전혀 줄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입시제도 변경은 미리 예고돼야 하는데 대학이 갑자기 변경안을 내놔 학교와 학생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 소장은 “논술 반영 선발인원이 연세대는 38%, 고려대는 37%, 서강대 한양대는 35%로 상위권 대학에서는 논술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학 관계자들도 논술의 실질적 영향력이 줄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대 입학처 관계자는 “수능이 쉬워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변별력을 위해 논술이 어려워질 수 있다. 4, 5월경 대학별 모의고사를 보면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논술을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B대 입학처 관계자는 “과거 수시 등록률은 75% 정도지만 미등록 충원이 가능해짐에 따라 논술 선발 규모를 줄였어도 최종 인원은 거의 비슷할 것이다. 수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논술이 더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한편 대학들은 입시 전형을 간소화하라는 정부 요청에 따라 비슷한 전형을 통합해 208개 대학의 전형 방법이 3678개에서 3298개로 줄었다. 예를 들어 중앙대는 22개 전형을 12개로, 연세대는 15개를 6개로 조정했다. C대 관계자는 “비슷한 유형을 통폐합하긴 했지만 입시 부담을 줄인다는 면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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