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한국사 교과서도 좌편향]국군-미군 구체사건 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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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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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군은 “곳곳서 학살”만

《 새 고교 한국사 교과서는 올해 3월부터 사용된다. 한민족의 기원인 단군부터 시작해 현재 이명박 정부까지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정부의 교육과정 지침에 따라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 6종 모두 △우리 역사의 형성과 고대국가 △고려와 조선의 성립과 발전 △조선 사회의 변화와 서구 열강의 침략적 접근 △동아시아의 변화와 조선의 근대 개혁운동 △근대 국가 수립 운동과 일본제국주의의 침략 △일제의 식민지 지배와 민족운동의 전개 △전체주의의 대두와 민족운동의 발전 △냉전 체제와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 △대한민국의 발전과 국제 정세의 변화 등 10개 대단원에 따라 한국사를 서술했다.》

○역사소설서 동학군의 폐정개혁안 인용

6종 교과서 모두 1894년 동학농민운동을 서술하면서 사료로서의 가치가 의심스러운 역사소설을 인용해 동학농민운동의 근대적 지향성을 강조한 점이 나타났다. 신분 철폐와 토지의 평균 분작에 대한 주장이 담긴 동학군의 폐정개혁안 12개조는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1940년 오지영의 역사소설 ‘동학사’에 나오는 것임을 밝힌 학계의 연구 결과가 밝혀졌음에도 천재교육을 제외한 모든 출판사의 교과서가 이를 인용했다.

특히 ‘토지는 평균하여 분작한다’는 폐정개혁안의 마지막 주장은 농학동민군의 포고문이나 호소문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한 서양사학자는 “내재적 발전론과 민중주의를 중요시하는 역사학계의 관성이 반영돼 근대성의 싹이 보이는 폐정개혁안을 부정하기 힘들었던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학사 비상교육 삼화출판사 법문사 미래엔컬처그룹 등 5개 출판사가 폐정개혁안 12개조를 인용했고 천재교육은 동학사에 나오는 ‘백산기포 격문’을 ‘역사소설’이라는 표현 없이 인용했다.

○북한 체제 문제점 지적 ‘모호’


북한의 체제가 우월할 수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표현도 곳곳에 드러났다. 광복 후 북한의 토지개혁에 대해 설명하면서 ‘38도선 이북에서는 북조선 인민 위원회의 전신이었던 북조선 임시 인민위원회가 광복 당시 남북에서 가장 큰 과제 중 하나였던 토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무상몰수, 무상분배의 토지개혁을 전면적으로 실시하였다’(천재교육)고만 서술했다. ‘토지는 농민의 것’이라는 북한의 토지개혁 선전 포스터도 함께 게재한 교과서가 많았다. 남한의 유상몰수와 유상분배 정책과 대비를 하면서도 북한 농민에게 분배된 토지는 매매나 저당 등이 금지된 경작권 형태였으며 북한이 1954년에 도로 회수해 집단농장화했다는 사실은 대부분 알리지 않았다.

통일운동에 대한 시각차를 드러낸 표현도 있었다. 1980년대 문익환 목사와 임수경 씨의 방북에 대해 노태우 정부가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체포한 것을 두고 ‘탄압을 했다’(미래엔컬처그룹)고 표현했다. 북한의 인권 문제나 아사 문제를 중시한 교과서는 없었다.

○6·25전쟁 국군 미군의 폐해 부각


북한의 남침을 명시해야 한다는 집필 기준 때문에 6종의 교과서 모두 북한군의 침략 사실은 명확하게 표현했다. ‘북한은 정부 수립 이전에 이미 조선인민군을 창설하고, 남한까지 공산주의 사회로 통일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1950년 6월 25일 기습 남침을 감행하였다.’(지학사) ‘선전 포고도 없이 전면적인 전쟁을 일으켜 남침하였다’(미래엔컬처그룹) 등으로 표현됐다.

그러나 6·25전쟁의 민간인 피해를 설명하면서는 불균형이 나타났다. 한 교과서(삼화출판사)에서는 ‘군대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라는 보충자료에서 ‘특히 1950년 충북 영동군에서 미군에 의해 300명이 사망했다(노근리사건)’며 아군이 가해자였던 사건만 구체적으로 명기했다.

또 다른 교과서(천재교육)는 전쟁의 비극을 서술하면서 “가장 먼저 희생당한 것은 보도연맹원들과 형무소 재소자들이었다.… 좌익 혐의자에 대한 대량 학살은 인민군 치하의 보복을 불러왔다”고 서술했다. 인민군에 의한 민간인 사살은 ‘인민재판을 통해 학살하는 일이 점령지 곳곳에서 발생하였다’고만 서술했고 국군과 미군에 의한 폐해는 ‘거창사건’과 ‘노근리사건’으로 명시하면서 보조자료 형태로 설명을 달아 제시했다.

피카소가 프랑스 공산당의 의뢰를 받아 그린 것으로 알려진 그림 ‘한국에서의 학살’은 2종의 교과서(천재교육, 미래엔컬처그룹)가 실었다. 황해도 신천의 민간인 희생(1950년 10∼12월)을 소재로 미군에 의한 학살을 비난하기 위해 그려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건의 실체가 미군에 의한 학살인지가 불분명해 인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분단 책임 남한에만 지우는 기술


이승만 대통령이 단독정부의 필요성을 언급한 ‘정읍발언(1946년 6월)’ 이전에 북한이 사실상 독자적인 정부를 구성(1946년 2월)했다는 설명이 부족해 남한의 이승만 정부가 분단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오해를 줄 수 있는 부분(미래엔컬처그룹)도 나타났다. 북한의 동향을 포함한 설명으로 맥락을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남한의 단독정부 수립 평가 인색

모든 교과서가 전반적으로 대한민국(남한) 정부 수립 과정을 평가하는 데 인색했다. 이에 비해 동학군에 대한 서술이나 임시정부의 해외활동, 독립군의 무장투쟁에 대한 분량이 많았다. 해외에서 고생한 독립투사들의 치적을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지만 다른 부문과 균형을 맞출 필요는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검정위원으로 참여한 이주영 건국대 명예교수는 “이들 한국사 교과서가 ‘민중’ ‘민족’의 관점을 부각해 서술됨에 따라 동학이나 북한에 대한 서술이 불균형하게 배치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사를 서술하는 데 ‘국가’ ‘국민’의 관점으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발전에 더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대한민국사를 정리하면서 북한 정부 수립을 함께 섞는 것도 ‘민족’의 관념에 집착한 때문”이라며 “북한 역사는 부록으로 엮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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