石선장 몸속서 뺀 총알 1개 오만서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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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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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적 범행 결정적 증거물 분실… 정부 관리소홀 논란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58)의 몸 속에서 제거된 총알 가운데 1개가 오만 현지에서 분실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적들의 범행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물을 잃어버렸다는 점에서 정부의 관리 소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 총알 ‘미스터리’ 풀렸다

1일 외교통상부, 남해지방해양경찰청 특별수사본부, 아주대병원 등에 따르면 오만 까부스병원에서 이뤄진 석 선장에 대한 1, 2차 수술 때 모두 2개의 총알을 적출했다. 총알은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가 보관하고 있었으나 귀국 전 현지에서 1개를 잃어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때 이 교수를 비롯해 의료진은 총알과 함께 옷가지 등 대부분의 소지품을 분실했다.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이 교수가 (석 선장 치료 및 이송 문제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 상황이었다”며 “오만에 갈 때 가져갔던 짐을 거의 모두 잃어버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만큼 오만 현지 상황이 매우 급박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석 선장의 안전에만 집중해야 할 의료진이 사건 증거물까지 챙겼다는 점에서 현지에 파견된 정부 관계자들의 업무처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총알 개수 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을 때 정부가 이를 제대로 밝히지 않아 결국 의혹을 키웠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아주대병원 측은 “석 선장 몸에서 2개의 총알을 제거했는데 오만 현지에서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또 “수거한 총알은 모두 해경에 넘겼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해경 관계자가 “해경이 확보한 총알은 3개”라고 정정하면서 의혹이 다시 불거지기 시작했다.

일부 누리꾼은 인터넷 포털 다음의 아고라 토론방 등에 “AK소총은 파괴력이 강해 관통상이 대부분인데 몸 속에 총알이나 파편이 박힌 것은 의아하다”며 아군에 의한 권총 피격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은 “총알 개수가 맞지 않는 것은 우리 군이 총알을 빼돌렸기 때문일 수 있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현지에서 확보한 총알은 모두 이 교수가 해경에 넘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석 선장 치료를 맡고 있던 이 교수는 총알 분실과 관련해 경위서까지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 갑판장 “총 쏜 해적 똑똑히 봤다”

해경 특공대원 철통 경비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한 소말리아 해적이 남해지방해양경찰청에서 사흘째 조사를 받고 있다. 1일 해양경찰특공대원들이 남해지방해양경찰청사 내 해적사건 특별수사본부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부산=최재호 기자 choijh92@donga.com
해경 특공대원 철통 경비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한 소말리아 해적이 남해지방해양경찰청에서 사흘째 조사를 받고 있다. 1일 해양경찰특공대원들이 남해지방해양경찰청사 내 해적사건 특별수사본부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부산=최재호 기자 choijh92@donga.com
소말리아 해적이 석 선장에게 총을 난사한 장면을 목격한 한국인 선원은 김두찬 갑판장(61)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삼호주얼리호 김 갑판장에게서 석 선장에게 총을 쏜 소말리아 해적을 똑똑히 봤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며 “특히 해적 사진 대조를 통해 범인을 사실상 특정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력 용의자는 무함마드 아라이(23)다. 수사본부는 2일 오전 김 갑판장 등이 귀국하는 대로 2차 피해자 조사를 벌이기기로 했다. 필요하면 갑판장이 지목한 해적과 대질조사도 벌일 계획이다. 이르면 2일 중 석 선장에게 총격을 가한 살인미수 피의자를 확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라이는 “총을 만져본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아라이의 손에 난 찰과상을 치료한 병원 측은 “(손 부상은) 청해부대 장병이 아라이의 손에 있던 총을 뺏기 위해 충격을 줘 생긴 상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어깨에 유탄이 박힌 채 압송된 압둘라 시룸(21)도 수사와 병원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해경은 이 유탄이 석 선장 몸에서 나온 총탄처럼 중요한 정황 증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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