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이사람/30여 건축물 외벽 오르내리며 관리하는 하정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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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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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세계문화엑스포 건물 지키는 ‘스파이더 우먼’

“문화재는 대개 ‘만들어 세운 것’입니다. 건축물인 셈이죠.” 경북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서 건축물 관리를 하는 하정기 씨(30·여·사진)는 13일 “건축이 곧 문화”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엑스포공원의 건축관리를 잘해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하 씨는 건축 토목 전기 임업직으로 구성된 시설팀 6명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다. 남자 직원들도 겁내는 건물 바깥 벽 점검 등에 사다리만 있으면 수십 m를 주저 없이 올라간다. 직원들은 그런 모습에 ‘스파이더 우먼(거미 여인)’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그의 업무는 경주타워(높이 82m)를 비롯해 문화센터, 첨성대 영상관, 처용의 집, 백결공연장 등 30여 개 건축물을 꼼꼼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관람객을 위한 안내판이나 화장실도 그의 몫이다. 화장실은 흔히 편의시설이라고 부르지만 그는 ‘문화적 공간’으로 여긴다. 하 씨가 남자보다 용감하게 공원 건축물의 바닥에서 꼭대기까지 어루만질 수 있는 것도 이를 단지 시설 보수가 아닌 ‘문화 활동’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 씨는 여고 재학 시절 경북 영주시에 있는 부석사를 보고 좋은 건축물이라는 느낌이 들어 대학에서 건축학을 공부했다. 2003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 입사하게 된 것도 이런 이유다. 그는 “공원의 심장인 경주타워가 완성됐을 때 감동은 지금도 힘이 된다”며 “타워 옥상에서 작업을 하다 보문단지 쪽으로 눈을 돌리면 문득 날아가고 싶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이런 느낌도 곧 문화다.

올해 8월 12일부터 열리는 ‘2011 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위해 공원 안 시설물을 하나씩 점검하는 하 씨는 “공연이 음식이라면 건축물인 공연장은 그릇”이라며 “관람객들이 경주엑스포공원의 건축물도 사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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