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공존을 향해/1부]<4>SNS로 전해온 독자들의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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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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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는 멀리 있지 않아요… ‘다름’ 인정할때 공존 시작되죠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 “자식에게 인생 거는 엄마 먼저 변해야”, “공립 유치원 짓는다면 세금 아깝지 않아”, “가출 청소년에겐 귀가 조치보다 장기쉼터가 최선”, “스펙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노력형 인재를 찾아야”…. ‘2011 다시 공존을 향해’ 기획시리즈를 시작하면서 본보는 인터넷 페이스북 커뮤니티 페이지 ‘2011 공존을 향해’(www.facebook.com/2011together)와 트위터(@2011together)를 개설했다. 여기에선 프롤로그와 1부 1∼3회 기사에 대한 토론과 공존을 위한 대안 제시가 이뤄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동아닷컴, 특별취재팀 기자 e메일로도 뜨거운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기자들에게 육성으로 공존을 향한 열망을 전달하기도 한다. 독자들이 내놓은 다양한 의견과 대안을 소개한다. 》
○ “공립유치원 짓는다면 세금 아깝지 않아”

부모의 계층에 따른 영유아 성장 과정의 극단적인 차이를 담은 ‘태초에 차별이 있었다’(4일자) 편에 대해 독자들은 “공립 유치원의 부족이 해결되면 우리 사회 ‘태초의 차별’은 줄어들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페이스북의 한 사용자는 “공립 유치원에 들어가기가 로또 되는 것만큼 치열하다”고 현실을 지적하면서 “만약 공립 유치원을 확충하는 데 세금이 든다면, 그 세금이 아깝다는 생각을 안 할 것이므로 정부도 이 부분을 신경 썼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페이스북 사용자는 “교육제도가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엄마들이 아이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결과물을 자신의 인생에 대한 가치와 성과의 잣대로 삼으려는 경향”이라고 지적했다. “주변이 하는 만큼 해야 할 것 같고, 내가 가르치기에는 자신이 없다 보니 사교육에 의지하게 된다. (태초부터 차별이 시작되는 것은) 단순히 제도 문제를 떠난, 보다 복잡한 문제의 결과물인 것 같다”고 밝혔다.

○ “귀가 조치보다는 장기쉼터에서 자립을”

가출 청소년의 문제를 지적한 ‘거리로 내몰린 아이들’(6일자) 기사에 대해 페이스북의 한 사용자는 “이 기사를 보니 예전에 근무하던 학원 아이들이 생각난다”며 “그 아이들도 몸은 학원에 있었지만 길거리로 나선 아이들과 별 차이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 문제에 대해 주은수 울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가출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 쉼터’ 마련이 최선이다”라고 강조했다. 주 교수는 “과거에는 집으로 돌려보내는 게 최선이라고 봤지만 이제는 사회가 가출 청소년들을 어떻게 자립시키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됐다”며 “단기 보호시설은 지금도 많지만 그런 쉼터에서 머무르는 것은 청소년들의 자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청소년들이 머물면서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장기쉼터를 마련하는 게 최선의 대책이라는 말이다.

○ “스펙형 인간에서 노력형 인간으로”

대학생 독자들은 “대학 캠퍼스만큼 극과 극의 인생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생 김모 씨(22). 부모님이 모두 법조인인 김 씨는 일본어능력시험(JLPT) 1급에 토익(TOEIC) 960점이다. 이번 겨울방학부터 로스쿨 준비를 위해 로스쿨 학원이 밀집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오피스텔을 구했다. 그가 2월까지 쓸 예산으로 부모에게 받은 돈은 약 300만 원. 한 로스쿨 관계자는 “김 씨와 같이 이른바 스펙이 좋고, 좋은 환경에서 시험 준비를 한 학생들이 합격 가능성이 높으며, 등록금만 해도 2000만 원이 넘어 부익부 빈익빈 구조가 고착화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생 이모 씨(27)는 부모의 도움 없이 ‘고군분투’한 경우. 그는 2003년에 입학한 뒤 안 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었다. 신문 배달, 주유소, PC방, 건설현장 잡부, 카페 서빙, 노점상, 티셔츠 판매 등 온갖 아르바이트를 섭렵하며 학비를 벌었다. 군 제대 후에도 고시원 총무, 행사 보조 등을 하면서 책값, 학원비, 독서실비 등을 벌어 지난해 공인회계사(CPA) 시험에 최종 합격해 대학 졸업 때까지 전액 장학금을 받게 됐다.

한숭희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일단 대학과 사회가 스펙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학생들에게 알리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기업 인사담당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면접, 입사 성적 등에 비해 스펙의 비중이 적다. 그런데도 학생들이 스펙에 집착하는 이유는 취업 시장이 바늘구멍처럼 좁기 때문에 심리적인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것”이라며 “이러한 부분을 확실하게 알려줘 그들이 가질 수 있는 심리적인 공황을 풀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의 최근 채용 경향의 변화도 이 씨 같은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취업정보업체 인크루트 정재훈 팀장은 “최근 기업들 사이에서 ‘스펙 지상주의’를 벗어나 ‘노력형 인재’를 원하는 분위기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대기업 인사팀장도 “학벌, 학점, 토익 등 대학 시절의 성적이 입사 후 성과와 연관 관계가 없음을 기업들이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자신이 원하는 기업이나 업종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공모전에 참가하는 등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스펙 쌓기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 “차별을 극복하되 차이는 인정해야”

동아닷컴과 페이스북 등에서 독자들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생활한다는 차이를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의 한 사용자는 “어느 때, 어느 곳엔들 차별이 없었겠느냐”며 “그런데 다 같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너무 강하고 많으면 결국 갈등은 심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이를 인정하는 마음, 나보다 나은 사람도 있고, 못한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마음, 돈 많은 사람이 부럽기는 하지만 그건 그의 인생이고 나에게는 또 다른 삶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교육해야 한다”고 말을 이어갔다.

이 사용자는 미국에서 겪은 일이라며 “작고 놀라운 일화” 하나를 소개했다. 그가 미국인들과 단체 여행을 하던 중 어느 주유소에 잠시 머물렀을 때였다. 하반신이 마비된 한 할아버지가 오토바이를 타고 대륙 횡단을 하던 중 연료를 채우기 위해 그 주유소에 들렀고 일행은 그 할아버지가 힘겹게 연료를 채운 뒤 다시 오토바이에 앉는 모습을 봤다. 이를 구경하던 일행은 그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이 오토바이 어떻게 개조하셨어요?”, “직접 했나요? 놀랍습니다”, “대륙 횡단, 성공하세요”….

어느 누구도 할아버지의 불편한 몸을 언급하는 사람은 없었고 오로지 그의 모험심에 감탄하면서 작별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이것이 공존의 바탕”이라는 점을 느꼈다는 것이다.

○ “남의 시선 의식하지 말아야”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이 같은 모습을 찾아보기는 당분간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그 장애물은 지도층이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는 지도층이나 상류층부터 내가 남과 다르다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두려움이 있으며 이는 자기 스스로 자신을 보지 못하고 늘 남의 시선만 의식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며 “어릴 때부터 교육을 통해 자기 나름의 정체성을 키워주고 사회적으로도 개개인의 특성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공존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국 사회의 공존을 향한 희망적인 의견도 나왔다. 동아닷컴 댓글에서 ‘권정효(gwondaegam)’ 씨는 “(1월 1일자 동아일보 공존 설문조사에서) 계층 상승이 가능하다는 응답이 78%가 나왔다는 것은 우리나라 국민의식이 매우 건전하다는 뜻”이라며 “지금도 각자 분수대로 노력하면 신분 상승이 이뤄지고 있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반면 페이스북의 한 사용자는 “영국의 모 왕자는 본인이 자원해서 전쟁에 참여했으나 우리의 현실은 사회 지도층 대부분이 병역 면제”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동아일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2011together)와 ‘페이스북’(2011 다시 공존을 향해·www.facebook.com/2011together)에서 신년기획 ‘다시 공존을 향해’를 독자 여러분과 함께 제작하고 있습니다. 이 두 계정에서 ‘다시 공존을 향해’ 특별취재팀은 독자 여러분과 ‘친구’ 자격으로 소통하며 기사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허물없는 비평과 아이디어, 미처 저희 공존 취재팀이 포착하지 못한 관점이나 현장을 알려주시면 즉시 달려가 기사화하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페이스북에서는 개인신상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있으니 편안하게 동아일보 특별취재팀과 의견을 나눠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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