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새벽 인력시장서 들어본 새해소망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4일 03시 00분


“그저 쉬지않고 일해 봤으면…”

인천 남동구 간석동 인천종합일자리센터를 찾은 실직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직종의 일자리를 찾기 위해 상담사와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 인천종합일자리지원센터
인천 남동구 간석동 인천종합일자리센터를 찾은 실직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직종의 일자리를 찾기 위해 상담사와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 인천종합일자리지원센터
3일 오전 6시경 인천 남구 주안8동 청솔인력센터. 일용 건설 근로자들이 하루하루 일거리를 알아보는 센터 3층 사무실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3, 4명이 손을 비벼 가며 연방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지난해 건설경기 불황으로 집에서 쉬는 날이 많았던 이들의 새해 소망은 ‘쉬지 않고 일을 해보는 것’이다.

8년 전만 해도 토목회사를 운영했던 이기복 씨(55)는 “지난해는 일감이 없어 닷새 일하고 이틀은 집에서 쉬면서 지내곤 했다”며 “올해는 일이 없어 쉬는 ‘고통’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는 전년보다 일거리가 30%가량 줄어 가계 꾸리기가 여간 힘들지 않았다는 것.

각자 안타까운 사연을 갖고 인력센터를 찾는 근로자들은 “올해는 어둠의 긴 터널에서 빠져나와 희망을 봤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두 차례 사기를 당한 끝에 컴퓨터 네트워크 회사를 접고 현재 J가구 물류센터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조준재 씨(42)는 “회사 문을 닫고 이혼까지 하면서 지난 4년간 힘들게 살아왔다”며 “어려울 때마다 여덟 살짜리 아들과 함께 살아갈 날을 생각하며 용기를 잃지 않았다”고 했다. 올해는 목돈을 모아 족발집을 차리고 형편이 나아져 아들을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산업재해를 입어 오랫동안 병원 신세를 진 오유택 씨(44)는 “올해는 대기업 건설회사들이 일용직 근로자에 대한 임금을 무조건 깎지만 말고 1만 원이라도 올려 주기를 바란다”며 “노임이 싸다고 마구 쓰는 외국인 노동자보다 기술이 있는 한국인 근로자를 우선 채용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새벽마다 평균 60여 명이 북적거렸던 인천 서구 석남동 거북시장 앞 인력시장도 건설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인천을 대표하는 남구 용현동 독쟁이고개 새벽 인력시장은 1년 전 문을 닫은 상태. 이날 오전 4시 반경 근로자들 앞에 멈춘 승합차에서 “8만 원, 조적(벽돌이나 블록을 쌓는 공사) 3명”을 외치자 불을 쬐던 근로자들이 차량에 먼저 오르려고 달려들었다. 이를 지켜보던 일용직 근로자 최정식 씨(58)는 “최근 건설경기 악화로 일감이 줄어든 후 자주 보는 풍경”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감을 찾으러 인력시장에 자주 나온다는 이석준 씨(47)는 “요즘 건설 현장에서는 임금 체불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송도국제도시의 대형 건설사에서 일하는 지인도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할 만큼 체불이 심하다던데, 관할 행정기관에서 철저하게 단속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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