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 한국에 등 돌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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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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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해놓고 “예산 없다” 느닷없이 장학금 연장 중단
대상인원 느는데 예산 줄어 “논문 포기하고 짐 싸야할 판”

2008년 ‘정부 초청 외국인 장학생’에 선발돼 국내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중국인 A 씨는 지난주 갑자기 ‘장학기간 연장 불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A 씨는 정부 초청 외국인 장학생 학사 지침을 믿고 내년 1학기 마지막 6학점을 이수하고 졸업논문도 쓸 계획이었다. 학사 지침에 석사는 6개월, 박사는 1년까지 장학기간 연장이 가능하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내년 A 씨와 같은 처지에 놓일 정부 초청 외국인 장학생은 200여 명으로 추정된다. 정부 초청 외국인 장학생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국립국제교육원 관계자는 “내년에 장학기간이 완료돼 귀국 예정인 정부 초청 외국인 장학생 400여 명은 장학기간 연장이 불가능해졌다”며 “통상 귀국 예정자 중 50%가 연장 신청을 해온 것을 감안할 때 당장 200여 명이 A 씨와 같은 문제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진 것은 정부 초청 외국인 장학생 사업 관련 예산이 줄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2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10만 명을 유치한다’는 ‘스터디 코리아 프로젝트’에 따라 2008년 전년(133명)보다 신규 선발을 대폭 늘려 745명을 뽑았다. 이후 2009년은 504명, 올해는 700명을 뽑았다. 장학생은 국내 체류기간이 3∼5년이기 때문에 매년 국내대학에서 학업을 하는 장학생은 크게 늘어 내년에는 21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내년도 관련 예산은 326억3900만 원으로 올해보다 2300만 원이 줄었다. 국립국제교육원 관계자는 “장학생들의 장학기간 연장을 위해선 최소 14억 원이 필요해 증액을 요청하고, 이달 초 ‘연장자 수요조사’ 공문을 각 학교에 보냈다”며 “그러나 증액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20일 다시 ‘장학기간 연장이 곤란할 수 있다’는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예산이 준 것에 대해 기획재정부 교육과학예산과 관계자는 “올해 예산이 지난해보다 100억 원 정도 늘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내실 있는 운영의 필요성을 지적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외국인 장학생을 매년 새로 많이 뽑으면서 재학 중인 장학생 수가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을 (재정부가)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립국제교육원 관계자는 “수년간 공을 들여 겨우 친한(親韓)파를 만들어 놨는데 잘못된 정책으로 한순간에 헛고생한 게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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