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원동 살해범 현장검증… 반성없는 막말에 경찰도 아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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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난 뒤 마음 더 편해져”

“죽이고 난 뒤 오히려 마음이 더 편해졌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묻지마 살인’ 사건의 범인 박모 씨(23)가 21일 현장검증에서 내뱉은 말이다. 서울 서초경찰서 등에 따르면 박 씨는 이날 오전 10시 반부터 한 시간가량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반성의 기색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태연한 표정으로 범행을 재연하면서 “피해자가 도망가지 않았다면 몇 번이고 더 찔렀을 것” “어차피 내가 다 저지른 범죄인데 현장검증 과정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질 것을 우려해 당초 일요일인 20일 진행하려던 현장검증을 하루 늦춰 월요일 오전에 실시했다. 비공개로 이뤄진 현장검증에는 일부 주민이 나와 두려운 표정으로 지켜봤다. 현장검증에 나온 한 경찰관은 “범인이 잔인한 범행을 저지르고도 피해자에게 미안해하는 기색이 전혀 없어 놀랐다”며 “조기에 검거하지 못했더라면 연쇄살인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5일 오전 6시 반경 잠원동 골목길에서 일면식이 없는 김모 씨(26)를 칼로 찔러 살해했다. 박 씨는 피를 흘리며 잠원동 성당 방향으로 도망가는 김 씨를 쫓아가 허벅지와 옆구리에 두 차례 더 칼을 휘둘렀다. 미국 유학을 중도 포기하고 올해 7월 귀국한 박 씨는 집 밖 출입을 하지 않으며 게임에만 몰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거 직후 경찰 조사에서 “밤새 칼싸움 게임을 하던 중 집 밖으로 나가 눈에 띄는 사람을 찌르고 싶은 충동이 일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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