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소변 못가린다” 두살난 아들 살해 비정의 엄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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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눈멀어 천륜도 못가렸다
‘고스톱’ ‘아이온’ 등 끼니거르고 하루 10시간 이상 몰두

“집 안에서 컴퓨터게임에 빠져 지내는 시간이 하루 10시간은 넘는 것 같아요.”

“엄마하고 아이들이 제대로 하는 식사는 밤늦게 퇴근한 남편이 시켜주는 배달음식이 유일할 걸요.”

두 살 난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어머니 김모 씨(27)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진술이다. 김 씨는 “아이가 대소변을 제대로 못 가려 화가 치밀었다”고 살해 이유를 밝혔지만 경찰은 온라인게임 중독의 영향인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 아들 살해한 비정한 모정

김 씨는 18일 오후 2시경 충남 천안시 쌍용동 자신의 집에서 두 살배기 아들(생후 35개월)이 방바닥에 오줌을 싸자 주먹으로 수차례 폭행하다가 급기야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이날 밤늦게 들어와 이 사실을 안 남편 김모 씨(28)가 자수를 권했으나 듣지 않자 결국 다른 가족에게 신고를 부탁했다. 경찰은 부검 결과 김 군의 직접 사인이 질식사인 데다 몸에 폭행 흔적이 여기저기서 발견됨에 따라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김 씨는 경찰에서 “평상시에도 아들이 이유 없이 미웠는데 이날은 너무 화가 나 참을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우울증 등으로 치료를 받은 기록은 없다”며 “2005년 동거를 시작한 이후 가정형편이 여의치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낳아 무척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김 씨는 아들을 돌보기가 싫어 시댁에 1년간 맡겼다가 올해 5월 다시 데려왔다. 김 씨는 숨진 아이 외에 돌이 되지 않은 아들 1명이 더 있다.

○ “게임에 빠져 살았으니….”

김 씨는 2007년부터 온라인게임에 빠져들었다. 그가 즐긴 게임은 ‘고스톱’과 ‘아이온’. 아이온은 천계와 마계의 극한 대립과 이들을 위협하는 용족과의 무한 전투를 배경으로 하는 인기 게임. 자신이 속한 세계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대 진영을 격파해 세계 최고의 신이 되는 것이 목표다.

게임은 하루 10시간 이상 이어졌다. 아이를 살해한 날도 오전 내내 게임을 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음식점 배달 일을 끝내고 오후 10시를 전후해 퇴근한 남편은 방바닥에 우유와 과자 봉지만 즐비한 것을 보고 음식을 배달시켰다. 이웃들은 “김 씨가 문 밖에 나오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 천륜도 파괴하는 게임중독

올해 3월에는 온라인게임 중독으로 생후 3개월 된 딸을 방치해 굶겨 죽인 김모 씨 부부 사례도 있었다. 비정의 김 씨 부부는 매일 밤 PC방에서 롤플레잉게임을 즐겼고 현실과는 달리 온라인상에서는 소녀를 정성들여 양육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중순에는 게임에 중독된 중학교 3학년생이 컴퓨터게임을 하지 못하게 말리는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해 큰 충격을 던졌다. 손진훈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행동을 촉발하는 요인은 뇌의 기능과 구조, 심리적 발달과정 등 다양한 만큼 게임중독이 특정 범죄의 원인인지는 분명치 않다”면서도 “게임중독이 뇌의 기능과 구조에 이상 현상을 일으킬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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