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정원미달 용문고 ‘자율고 반납’ 거부

  • 동아일보

교육청 “합격자 선택권 제한 초래”
교육계 “수요 예측에 실패한 정책”

신입생 모집에서 대규모 미달사태를 겪은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들이 정원 미달 상태로 자율고 운영을 하게 됐다. 서울시교육청은 “미달된 학교 중 자율고 지정을 반납하겠다는 곳도 있었으나 신입생 모집이 완료돼 수용하기 어렵다”며 “자율고 전환 신청 시 제출한 계획대로 운영해야 한다”고 19일 밝혔다. 일부 자율고가 신입생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채 자율고 운영을 해야 할 형편에 놓이자 교육계에서는 “기본 수요조차 예측하지 못한 자율고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성북구 용문고는 18일 추가모집을 마감한 이후에도 신입생 충원율이 36.5%(정원 455명 중 166명)에 그치자 19일 오전 자율고 전환을 포기하고 시교육청에 일반고 재전환을 신청하기로 했다. 자율고가 되면 교육청에서 받는 재정결함보조금을 받을 수 없고 학생 등록금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정원을 채우지 못하면 재정상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용문고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초중등교육법에 특목고, 자율고 등 전기 학교 합격자는 후기 일반계고에 입학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자율고 지정 취소를 할 경우 20일부터 시작하는 후기 일반계고 모집도 차질을 빚는다. 용문고 합격자 168명이 강제로 일반계고 배정을 받을 경우 ‘선택권 제한’이라는 논란이 일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시교육청의 결정이 난 뒤 김유식 용문고 교장은 학부모 긴급회의를 열어 “처음 내걸었던 조건을 지키면서 자율고로 존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합격생 학부모들은 “미달 사태로 정원이 줄어 내신이 불리해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 학부모는 “차라리 일반고로 전환하거나 다른 일반고에 지원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학교 현실을 파악하지 못한 예고된 실패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서울에서 자율고 13곳이 처음 모집을 했을 때에도 미달사태가 빚어졌는데 올해 13곳을 추가로 지정했다. 미달 이후 추가모집 기간에도 구자문 교육과학기술부 학교제도기획과장은 “우려할 만큼 대규모 미달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추가모집을 실시한 13곳 중 3곳만 정원을 채웠다. 결국 1676명 모집에 861명을 채우지 못했다. 용문고 외에 동양고(35.5%) 장훈고(65%) 등 올해 처음 자율고가 된 곳의 충원율이 낮았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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