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이제 그만 타겠다더니 그 얼음바다에… 우야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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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원양어선 침몰 선원 가족들 발동동

뉴질랜드 동남쪽 남극 해역에서 조업하다 침몰한 614t급 원양어선 제1인성호 한국인 선원 가족들은 사고 소식을 듣고 넋을 잃었다. 이날 오후 부산 서구 암남동 원양프라자 7층에 위치한 선사 사무실에 도착한 선원 가족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제발 살아 있어야 할 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 넋 잃은 선원가족

유영섭 선장(45)의 부인(40)은 말문을 열지 못했다. 유 선장의 처남 김선수 씨(50)는 “얼마 전 통화에서 매형이 ‘이제 배를 그만 탔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런 사고가 나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 선장 집에서 혼자 집을 보고 있던 장모 이춘자 씨(69)는 “이런 날벼락이 있나. 심장이 떨려 앉아 있지를 못하겠다”며 울먹였다. 그는 “일곱 살, 두 살 된 외손자 두 명은 아버지 소식도 모르고 놀고 있다”며 “우리 사위는 어떻게 됐느냐”고 되물었다. 실종된 기관장 안보석 씨(53) 동생(49)은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형이 무조건 무사히 돌아왔으면 좋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안 씨 어머니(80)는 아들 소식을 듣고 몸져누워 “우리 보석이 그 추운 물에 빠졌다는데 우이 할꼬…”라며 마른 눈물만 훔치고 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기관사 문대평 씨(44)의 어머니 이순애 씨(75)는 통화에서 “내 막내아들 대평이, 내 새끼 어떻게 하냐. 부디 살아있어야 할 건데”라며 흐느꼈다. 이 씨는 “혼자 살고 있는 나에게 매달 생활비를 보내주고 저축한 돈을 줄 정도로 효자”라고 말했다. 문 씨는 고교를 졸업한 뒤 배를 타기 시작했고,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다.

기관사 하종근 씨(48)의 매형인 김종일 씨는 “처남이 아직 결혼도 못하고 86세인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며 “연로한 장모님이 충격 받을까 봐 아직 사고 이야기를 꺼내지도 못했다”고 전했다.

사고대책본부가 차려진 인성실업 부산지사는 침통한 분위기 속에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서울 본사와 수시로 통화를 하면서 현지상황도 체크하고 있다.

○ 안타까운 조업감독관

실종된 김진환 씨(37)는 인성호에서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선원이 아닌 국제옵서버 자격으로 올 10월 배에 탔다. 국제옵서버는 조업 중인 선박에서 어황조사, 생물조사, 조업 지도감독 등을 맡는다. 그는 조업 현장이 남극자원해양보존지구여서 프리랜서 자격으로 불법 조업 지도감독을 하고 있었다. 올 초에도 남극에서 어장환경 조사를 했던 김 씨는 내년 1월 말 귀국할 예정이었다. 김 씨가 국제옵서버 자격을 따기 전 교육을 받은 부산 기장군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수산과학원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다 1년간 열심히 공부해 지난해 옵서버 자격을 땄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라며 안타까워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윤희각기자 toto@donga.com

장흥=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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